까르띠에 인터내셔널 CEO 시릴 비네론 인터뷰



방향성 제시에 능한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까르띠에가 단지 아름다운 제품만을 다루는 회사를 넘어 까르띠에의 다양한 활동, 즉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현대미술재단 등 기업가정신에서부터 예술 후원까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전방위적으로 개척자의 길을 걷는 현장을 고스란히 눈에 보는 듯하다. 그 바탕엔 뛰어난 제품력을 가진 자부심이 뒷받침한다. "주얼리나 시계에서 아름다움과 비율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고, 기술은 디자인을 뒷받침하는 수단입니다. 까르띠에의 시계 디자인은 여러 방면에서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요. 제품의 연대를 추정할 수 없다 할까요. 1905년, 1920년대, 1930년대, 1960년대, 또는 1980년대에 디자인된 모델의 경우, 오늘날 봤을 때 언제 제작됐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시대를 초월합니다. 저스트 앵 끌루 주얼리는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이지만, 사실 1970년대에 디자인됐고, 산토스 워치 역시 1900년대 초기에 제작됐지요. 1920년에 디자인된 여성스러운 라운드 형태의 베누아 워치나, 베누아 알롱제, 또 베누아에서 파생됐으면서 달리의 그림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크래쉬 또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의 정수(精髓)인 까르띠에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파샤 드 까르띠에' 시계를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파샤 드 까르띠에는 1980년대 아이코닉한 시계가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지만, 사실 파샤 드 까르띠에의 탄생은 그보다 더 이전일 수도 있습니다. 20년 전에 디자인되었든, 50년 전에 디자인되었든, 사실 탄생 시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순수함, 탁월한 비율과 균형, 또는 메종의 디자인은 시간을 초월합니다. 아이코닉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그 자체로 아이콘이 되거나 컬렉션으로 하나의 아이콘이 될 수 있습니다."
파샤 드 까르띠에는 1985년 첫 선을 보인 까르띠에 최초의 방수시계로 스크루 다운 크라운과 독특한 크라운 커버, 아라비아 숫자 다이얼 등의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들로 시계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컬렉션이다. 클래식 워치의 명가 까르띠에가 유일하게 선보인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의 컬렉션이자, 스포티즘을 부각한 유니섹스 컬렉션이기도 했다. 비네론 CEO는 "까르띠에 시계에서 중요한 부분은 디자인의 핵심에 충실하되,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개선해 실질적인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라면서 "파샤 드 까르띠에의 경우, 흥미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퍼스널라이징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개인 이니셜을 인그레이빙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까르띠에를 향한 비네론의 철학은 확고했고 설득력 넘쳤다.
'요즘 세대'로 불리는 Z세대를 향한 디자인 같으면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클래식함도 담겨 있다. 디자인에서 시작해, 세대론을 넘어 시대문제까지 연결고리로 파고드는 비네론 CEO의 설명은 새겨들을 만 했다. "Z세대는 세상의 문제에 관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합니다. Z세대를 상징하는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연설을 비롯해 30세 미만의 젊은 기업가들이 새로운 가치를 정의하고 세상을 다르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Z세대를 상징하는 특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빠르게 일반적이 됐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 힘을 모아 협력해야 합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까르띠에는 파샤 커뮤니티를 구성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품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인종, 세대, 언어와 상관없이 우린 같은 세상에 속해 있고, 이 세대는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동시에, 세상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매우 개인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이자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길 원하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파샤 드 까르띠에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은 코로나 19를 통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난 Z세대의 '정신'이었습니다. 이들은 사회와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그의 입을 통해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지난 2006년부터 진행해온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에 대한 열의와 진중함도 동시에 이해 가능했다. 지난해 조연정 세이글로벌 대표가 동아시아 지역 우승자로 결정되며 국내에서도 관심이 고조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UN의 여성권한강화원칙에 서명하는 일과 함께 여성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지지하기 위한 까르띠에의 노력을 엿보게 한다. 선정자들에 코치를 배정해 사업 계획을 발전시키고,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 멘토의 지원과 강연, 토크 세션 등을 통해 역량을 발휘할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와 함께한 80%의 기업이 유지돼 현재까지도 존속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수명이 보통 5%만이 살아남는 걸 보면 매우 큰 수치입니다. 또 까르띠에가 지원하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후원한 지원자들은 더 많은 계약 기회를 얻게 되며,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믿을 수 있어' 또는 '이 프로그램으로 증명된 사람들이라면, 집중할 가치가 있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파샤 드 까르띠에 런칭은 한국에도 색다른 의미가 있다. 전세계 공식 론칭인 9월 4일에 앞서 7월 15일 신제품을 공개한 것. "한국은 (코로나로) 이 혼란의 시기에서 세계를 향해 다시 문을 열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갈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러한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과연 새로운 세계의 변화는 어디서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보면 아시아, 특히 북아시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세계는 대부분 한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 지역에 일어나는 일이 전세계에 영감을 줄 것입니다. 한마디로 비너스는 키프로스 근처의 지중해에서 태어났지만 새로운 세계의 장은 태평양에서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인 까르띠에 워치메이킹 인카운터스를 통해서도 파샤 드 까르띠에 등 신제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제 물리적인, 지역적인 한계를 말하는 시대는 초월한 것이다.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비네론 CEO는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까르띠에 정신을 그 스스로의 삶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새기는 까르띠에 주얼리와 시계는 그의 인생과도 맞닿아 있어 보였다. "삶이란 그 자체로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누리고 있는 삶에 감사하며, 자신,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을 즐기고, 문화와 음악을 좋아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언젠가 새 책을 내고, 좋아하는 사진도 찍고, 더 많은 음악을 작곡할 겁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선사해 주는 원천입니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건, 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이한 사랑하는 아내와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까르띠에 여성창업 이니셔티브

2006년에 출범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인시아드(INSEAD) 비즈니스 스쿨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영향력있는 여성 기업가들이 잠재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장려해왔습니다. 여성 기업가가 주목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재정적, 사회적, 인적 자원의 지원을 통해 그들의 사업을 성장시키며 리더십 스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