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또다른 표현, 중국을 매혹시키다
최보윤의 케이스 스터디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

"이거 물건이다."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보면서 세 번쯤, 아니 정확히는 네 번 크게 놀란 적 있다. 고소영, 이영애, 김혜수, 최지우 등 당대 최고의 톱 여배우들의 메이크업을 완성하며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별칭을 달고 다녔던 이경민 원장이 2005년 비디비치란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가 그 처음이다. 이제 국내에도 바비 브라운이나 슈에무라, 나스(프랑수와 나스)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실전 노하우을 담은 제품을 선보여 세계와 경쟁할 때가 왔는가 싶었다. 스타를 몰고 다니는 '청담동 원장님'들의 위세가 대단했고, 누구나 한 번쯤 그분들에게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원장님 제품을 쓰면 나도 스타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착각에 가까운 자신감도 들었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단계별 메이크업을 제품으로 쉽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일라이터와 섀도우, 컨투어 섀딩 등 당시 유행하던 '작은 얼굴'에 대한 갈망을 집착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쯤 되는 듯싶었다.
두 번째 놀랐을 때는 7년 뒤인 2012년 4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60억원에 전격 인수를 발표했을 때다. 비디비치는 당시 국내 색조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백화점에 매장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하지만 제품력에 비해 경영이 부진하면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다. '믿고 사는' 브랜드였지만 그러기엔 이미 에스티로더나 로레알 계열 해외 화장품은 국내 백화점 매장 매출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고가의 국내 브랜드가 대적하기엔 '몸집'차이가 워낙 컸다. 각계에선 "다행이다"라는 반응과 "패착이다"란 비판으로 엇갈렸다. 대기업이 국내 브랜드를 인수해 자금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세계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 섞인 안도와 '밑 빠진 독'이라는 지적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아니 그 뒤는 어쩌면 수도 없이 많았다. "비디비치, 아직도 나와? 아직 안 접었어?". 결정적으로 많이 들리던 반응. "그래서 누가 사?"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뒤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수를 적극 지원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판단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아모레 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곤 국내 전통의 화장품 브랜드 줄줄이 쓰러지는 마당에 뚝심보단 아집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사업을 애국심으로만 할수 없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세계적인 아트스쿨인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과를 졸업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예술적 감도는 이미 정평이 났지만 미학적 감수성이 제품으로 일일이 구현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보였다.
그 다음 놀란 건, 우연히 접한 색조 제품을 써보면서다. 2017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소식이 그 신뢰를 한층 올렸다. 색조가 발달한 유럽 시장에서 인터코스는 그 자체로 '증명서' 역할을 했다. 사실 그보다 놀랐던 건 기초 제품. 브랜드는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 부드러운 발림성과 끈적이거나 느슨한 사용간 없이 착 붙는 밀착력, 밀림 현상 없이 언제 빠르게 흡수되고 물기를 한껏 머금은 듯 촉촉하게 변하는 피부를 보면서 '이거 물건이다'를 바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해 토털 뷰티 브랜드로 리뉴얼하라는 정유경 총괄 사장의 주문 때문이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스킨 케어가 갖는 중요성에 집중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이 비디비치의 신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향, 텍스처, 사용감, 패키지 디자인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소비자의 입장이 돼 본 것이다. 꼼꼼하고 촘촘한 제품 리뷰가 하루에도 수백 천 개씩 쏟아지는 뷰티 업계에서 제품의 명운을 결정하는 건 결국 소비자다. 써보니, 안 쓸수 없다는 반응이 밀려들었다.
중국 시장을 빠르게 개척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2016년 6월 비디비치가 선보인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피부타입과 성향, 선호하는 효능과 제형, 패키지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중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크림 타입의 제형으로 지성, 건성, 민감성 등 모든 피부 타입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화학성 계면활성제 대신 천연 유래 세정성분을 사용해 피부에 자극 없이 노폐물을 제거해주며, 40여 가지의 천연 유래 보습성분이 세안 후에도 건조하거나 당김 없이 촉촉한 피부로 가꿔준다. 올해 11월 중순까지 지난해 2배가 넘는 500만개 판매됐다. 1분에 10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세안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품질과 패키지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수준으로 올리고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비디비치의 '스킨 일루미네이션' 또한 지난해 110만개가 판매되며 클렌징 폼에 이어 새로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톤업 효과는 물론 자외선 차단, 미백, 주름 개선까지 다양한 기능에, 피부에 조명이 켜진 듯한 광채를 준다 하여 '여신 광채'라고도 불린다. 중국 소비자들은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샤오홍슈에 '번들거림이 없고 촉촉하다', '4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자연스러운 광채효과로 메이크업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 '타 럭셔리 제품들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다' 등의 자발적인 제품 후기를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당일에는 중국 유명 쇼핑몰 티몰 글로벌에서 비디비치 브랜드가 티몰 글로벌 올해의 신규 브랜드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전체 3위를,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클렌징 카테고리에서 2위를,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페이스 프라이머 카테고리부문에서 5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높은 순위에 올랐다. 마스크팩 역시 출시 두 달 만에 1만개 이상 판매됐다. 비디비치는 'K뷰티'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2012년 인수 당시 매출 19억원이었던 비디비치는 중국 시장에 힘입어 매출은 2017년 229억에서 훌쩍 올라 2018년 1250억원으로 인수 당시에 비해 66배 증가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자체 브랜드인 비디비치와 고기능성 자연주의 브랜드 연작과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급 수입 화장품·향수 브랜드인 바이레도, 산타마리아 노벨라, 딥티크, 아워글래스 등의 판권을 인수하고 수입 뷰티 편집숍 '라 페르바'를 여는 등 뷰티분야에서 지난해 2477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347억원을 올렸다. 업계에선 유례없는 성공으로 꼽고 있다.
내년에는 라이프스타일 화장품 브랜드 로이비의 신규 론칭도 준비 중이다. 로이비는 비디비치와 연작에 이은 세 번째 자체 화장품 브랜드다. '깨끗하고 순수한 한 방울의 이슬에 담긴 무한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일깨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체에 유해한 20가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화해(화장품 성분 검색 앱) 프리' 콘셉트로 스킨케어뿐만 아니라 바디케어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윈스턴 처칠이 생전에 남긴 "Never, never, never give in(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이라는 말은 삶 속에서 어떤 방식의 전쟁이든 통용되는 듯싶다.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보면서 세 번쯤, 아니 정확히는 네 번 크게 놀란 적 있다. 고소영, 이영애, 김혜수, 최지우 등 당대 최고의 톱 여배우들의 메이크업을 완성하며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별칭을 달고 다녔던 이경민 원장이 2005년 비디비치란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가 그 처음이다. 이제 국내에도 바비 브라운이나 슈에무라, 나스(프랑수와 나스)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실전 노하우을 담은 제품을 선보여 세계와 경쟁할 때가 왔는가 싶었다. 스타를 몰고 다니는 '청담동 원장님'들의 위세가 대단했고, 누구나 한 번쯤 그분들에게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원장님 제품을 쓰면 나도 스타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착각에 가까운 자신감도 들었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단계별 메이크업을 제품으로 쉽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일라이터와 섀도우, 컨투어 섀딩 등 당시 유행하던 '작은 얼굴'에 대한 갈망을 집착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쯤 되는 듯싶었다.
두 번째 놀랐을 때는 7년 뒤인 2012년 4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60억원에 전격 인수를 발표했을 때다. 비디비치는 당시 국내 색조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백화점에 매장을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하지만 제품력에 비해 경영이 부진하면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다. '믿고 사는' 브랜드였지만 그러기엔 이미 에스티로더나 로레알 계열 해외 화장품은 국내 백화점 매장 매출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고가의 국내 브랜드가 대적하기엔 '몸집'차이가 워낙 컸다. 각계에선 "다행이다"라는 반응과 "패착이다"란 비판으로 엇갈렸다. 대기업이 국내 브랜드를 인수해 자금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세계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 섞인 안도와 '밑 빠진 독'이라는 지적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아니 그 뒤는 어쩌면 수도 없이 많았다. "비디비치, 아직도 나와? 아직 안 접었어?". 결정적으로 많이 들리던 반응. "그래서 누가 사?"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뒤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수를 적극 지원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판단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아모레 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곤 국내 전통의 화장품 브랜드 줄줄이 쓰러지는 마당에 뚝심보단 아집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사업을 애국심으로만 할수 없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세계적인 아트스쿨인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과를 졸업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예술적 감도는 이미 정평이 났지만 미학적 감수성이 제품으로 일일이 구현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보였다.
그 다음 놀란 건, 우연히 접한 색조 제품을 써보면서다. 2017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소식이 그 신뢰를 한층 올렸다. 색조가 발달한 유럽 시장에서 인터코스는 그 자체로 '증명서' 역할을 했다. 사실 그보다 놀랐던 건 기초 제품. 브랜드는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 부드러운 발림성과 끈적이거나 느슨한 사용간 없이 착 붙는 밀착력, 밀림 현상 없이 언제 빠르게 흡수되고 물기를 한껏 머금은 듯 촉촉하게 변하는 피부를 보면서 '이거 물건이다'를 바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해 토털 뷰티 브랜드로 리뉴얼하라는 정유경 총괄 사장의 주문 때문이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스킨 케어가 갖는 중요성에 집중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이 비디비치의 신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향, 텍스처, 사용감, 패키지 디자인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소비자의 입장이 돼 본 것이다. 꼼꼼하고 촘촘한 제품 리뷰가 하루에도 수백 천 개씩 쏟아지는 뷰티 업계에서 제품의 명운을 결정하는 건 결국 소비자다. 써보니, 안 쓸수 없다는 반응이 밀려들었다.
중국 시장을 빠르게 개척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2016년 6월 비디비치가 선보인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피부타입과 성향, 선호하는 효능과 제형, 패키지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중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크림 타입의 제형으로 지성, 건성, 민감성 등 모든 피부 타입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화학성 계면활성제 대신 천연 유래 세정성분을 사용해 피부에 자극 없이 노폐물을 제거해주며, 40여 가지의 천연 유래 보습성분이 세안 후에도 건조하거나 당김 없이 촉촉한 피부로 가꿔준다. 올해 11월 중순까지 지난해 2배가 넘는 500만개 판매됐다. 1분에 10개 이상 판매된 셈이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세안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품질과 패키지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수준으로 올리고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비디비치의 '스킨 일루미네이션' 또한 지난해 110만개가 판매되며 클렌징 폼에 이어 새로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톤업 효과는 물론 자외선 차단, 미백, 주름 개선까지 다양한 기능에, 피부에 조명이 켜진 듯한 광채를 준다 하여 '여신 광채'라고도 불린다. 중국 소비자들은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샤오홍슈에 '번들거림이 없고 촉촉하다', '4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자연스러운 광채효과로 메이크업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 '타 럭셔리 제품들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다' 등의 자발적인 제품 후기를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당일에는 중국 유명 쇼핑몰 티몰 글로벌에서 비디비치 브랜드가 티몰 글로벌 올해의 신규 브랜드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전체 3위를,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 폼은 클렌징 카테고리에서 2위를, 스킨 일루미네이션은 페이스 프라이머 카테고리부문에서 5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높은 순위에 올랐다. 마스크팩 역시 출시 두 달 만에 1만개 이상 판매됐다. 비디비치는 'K뷰티'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2012년 인수 당시 매출 19억원이었던 비디비치는 중국 시장에 힘입어 매출은 2017년 229억에서 훌쩍 올라 2018년 1250억원으로 인수 당시에 비해 66배 증가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자체 브랜드인 비디비치와 고기능성 자연주의 브랜드 연작과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고급 수입 화장품·향수 브랜드인 바이레도, 산타마리아 노벨라, 딥티크, 아워글래스 등의 판권을 인수하고 수입 뷰티 편집숍 '라 페르바'를 여는 등 뷰티분야에서 지난해 2477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347억원을 올렸다. 업계에선 유례없는 성공으로 꼽고 있다.
내년에는 라이프스타일 화장품 브랜드 로이비의 신규 론칭도 준비 중이다. 로이비는 비디비치와 연작에 이은 세 번째 자체 화장품 브랜드다. '깨끗하고 순수한 한 방울의 이슬에 담긴 무한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일깨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체에 유해한 20가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화해(화장품 성분 검색 앱) 프리' 콘셉트로 스킨케어뿐만 아니라 바디케어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윈스턴 처칠이 생전에 남긴 "Never, never, never give in(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이라는 말은 삶 속에서 어떤 방식의 전쟁이든 통용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