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OF PURPLE
올 가을겨울, 보랏빛을 보라. 예술적인 창조성과 고귀함의 상징인 퍼플 컬러가 매혹과 관능으로 다가온다. 사실 패션에 관심 좀 있다면 '철 지난 트렌드'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세계적인 색채전문 기업 팬톤이 지난해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게 바로 '울트라 바이올렛'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퍼플'은 이제 단순한 색의 위치를 떠났다. 잠깐 뜨고 지는 유행이 아니다. 혼합과 조화로 탄생한 색이기에 양성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미 흑인 문학의 대가 앨리스 워커의 '더 컬러 퍼플'을 보자. 부당한 핍박과 복종을 강요받은 흑인 여성이 당당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소설로, 성장과 사랑 극복을 포괄하는 상징으로 '퍼플'을 등장시켰다. 디올이 선보였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티셔츠 문구의 '실제' 주인공인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최근 내놓은 소설이 '보라색 히비스커스'인 점도 눈에 띈다. 역시 주위환경에 억압받지만 굴복하지 않는 여성을 그렸다.
철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색상을 옷으로 표현하기는 어쩌면 도전적일 수 있다. 때문에 보라색은 취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렵지만 가치 있는 색상이기도 하다. 연보랏빛 라벤더부터 라일락, 오키드, 담자주(mauve), 와인빛 자주, 군청 느낌의 보라, 갈색이 풍기는 보라, 남색에 가까운 보라, 짙은 보라, 잘 익은 포도의 검붉은 보라….
이번 시즌 톰 포드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퍼플 새틴팬츠에 퍼플 모피 모자를 쓴 모델을 비롯해 짙은 보랏빛이 도는 퍼 재킷 등으로 톰 포드 특유의 관능미를 선사했다. 짙은 보랏빛으로 치렁치렁한 아름다움을 선보인 랑방이나, 꽃무늬에 강한 에르뎀, 정원을 그리는 드리스 반 노튼도 각각 자주와 연보라 드레스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로마에서 열린 '말레피센트' 시사회 포토콜에 등장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라벤더색 지방시 2019 봄 오트쿠튀르 작품을 입었던 것처럼 봄여름 색상으로 알려진 연보라 역시 가을 겨울에도 강세다.
역사적으로 보라색은 그리스 신화 때부터 진귀했다. 1g의 염료를 얻기 위해 9000마리의 뿔고둥이 필요했고, 워낙 희귀해 자주색 염료 가루는 같은 무게의 은과 교환될 정도로 고가의 명품이었다. 뿔 고동이 해안도시 티레(Tyre)에서 주로 살아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이라 불리다 이후 로열 퍼플, 임페리얼 퍼플로 바뀌었다. 왕이나 귀족이 이용해서다. 귀하디귀했던 보라를 이제 아마 사랑의 색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올 한해 전 세계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BTS 덕분이다. 보라는 BTS를 지지하는 팬들의 상징색상으로 "상대를 믿고 서로 사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시즌 보라색이 말한다. '보라, 보라해.'
하지만 '퍼플'은 이제 단순한 색의 위치를 떠났다. 잠깐 뜨고 지는 유행이 아니다. 혼합과 조화로 탄생한 색이기에 양성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미 흑인 문학의 대가 앨리스 워커의 '더 컬러 퍼플'을 보자. 부당한 핍박과 복종을 강요받은 흑인 여성이 당당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소설로, 성장과 사랑 극복을 포괄하는 상징으로 '퍼플'을 등장시켰다. 디올이 선보였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티셔츠 문구의 '실제' 주인공인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최근 내놓은 소설이 '보라색 히비스커스'인 점도 눈에 띈다. 역시 주위환경에 억압받지만 굴복하지 않는 여성을 그렸다.
철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색상을 옷으로 표현하기는 어쩌면 도전적일 수 있다. 때문에 보라색은 취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렵지만 가치 있는 색상이기도 하다. 연보랏빛 라벤더부터 라일락, 오키드, 담자주(mauve), 와인빛 자주, 군청 느낌의 보라, 갈색이 풍기는 보라, 남색에 가까운 보라, 짙은 보라, 잘 익은 포도의 검붉은 보라….
이번 시즌 톰 포드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퍼플 새틴팬츠에 퍼플 모피 모자를 쓴 모델을 비롯해 짙은 보랏빛이 도는 퍼 재킷 등으로 톰 포드 특유의 관능미를 선사했다. 짙은 보랏빛으로 치렁치렁한 아름다움을 선보인 랑방이나, 꽃무늬에 강한 에르뎀, 정원을 그리는 드리스 반 노튼도 각각 자주와 연보라 드레스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로마에서 열린 '말레피센트' 시사회 포토콜에 등장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라벤더색 지방시 2019 봄 오트쿠튀르 작품을 입었던 것처럼 봄여름 색상으로 알려진 연보라 역시 가을 겨울에도 강세다.
역사적으로 보라색은 그리스 신화 때부터 진귀했다. 1g의 염료를 얻기 위해 9000마리의 뿔고둥이 필요했고, 워낙 희귀해 자주색 염료 가루는 같은 무게의 은과 교환될 정도로 고가의 명품이었다. 뿔 고동이 해안도시 티레(Tyre)에서 주로 살아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이라 불리다 이후 로열 퍼플, 임페리얼 퍼플로 바뀌었다. 왕이나 귀족이 이용해서다. 귀하디귀했던 보라를 이제 아마 사랑의 색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올 한해 전 세계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BTS 덕분이다. 보라는 BTS를 지지하는 팬들의 상징색상으로 "상대를 믿고 서로 사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시즌 보라색이 말한다. '보라, 보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