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익스트림 감성이 만드는 마니아층… 새로운 시도에도 망설이지 않아"
입력 2019.11.07 17:40

니콜라 안드레아타 CEO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고급 시계 브랜드 로저 드뷔(Roger Dubuis)는 하이엔드 시계 제조 업계의 신생아로 불린다. 1995년에 故 로저 드뷔가 만든 이 브랜드는 대담한 디자인만큼이나 과감한 행보다. 지난 2001년 제네바 교외에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고급 시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더블 투르비옹을 장착한 스켈레톤 무브먼트 컬렉션을 2005년에 출시했다. 미세한 부품 하나하나에 전부 제네바 씰을 부여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해마다 쏟아지는 2000만개의 스위스 시계 중 단 0.125%에만 부여하는 제네바 홀마크를 대부분 제품에 받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제품 별로 각 8점, 28점, 88점 등 적은 수를 내놓는다. 짧은 역사에도 100년 훌쩍 넘는 다른 스위스 시계 브랜드 못지않게 마니아층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터프한 디자인과 독특한 재질을 하이엔드 시계에 접목하며 '영 앤 리치(Young & Rich)'의 상징이 됐다. 로저 드뷔의 대표작인 '엑스칼리버' 시리즈는 특유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별 모양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7년부터 고성능 수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의 모터스포츠 부서와 협업해 수퍼카인 아벤타도르와 우라칸의 디자인을 본딴 제품을 만들었다. 람보르기니의 대표 색인 '시즐링 그린'부터 옐로우, 핑크까지 톡톡 튄다. 람보르기니 협업 제품엔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 피렐리와 함께 만든 손목 밴드를 매치한다.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포뮬러1에서 실제로 우승한 자동차의 타이어를 공급받아 녹여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새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46)가 취임한 뒤 로저 드뷔의 행보는 'Dare to be Rare(특별하려면 대범해져라)'라는 슬로건에 맞게 한층 더 대담해졌다. 지난달 서울에서 만난 안드레아타는 "로저 드뷔만의 독특한 익스트림한 감성이 마니아층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래된 브랜드들만의 강점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망설인다는 것은 그들의 단점"이라며 "로저 드뷔의 경우 비교적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선 선보인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미닛 리피터 투르비옹'은 더블 투르비옹에 미닛 리피터를 결합시킨 제품. 전 세계에서 단 한 점뿐이다. 안드레아타는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엔 보이는 것과 더불어 귀로 들을 수도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안드레아타는 "익스트림한 쾌락을 추구할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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