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동대문 패션, 파리를 물들이다
입력 2019.10.11 03:02

지난달 28일 열린 'K컬렉션 인 파리'
K패션 오디션 스타 디자이너 3인, 한국의 잠재력 선보여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브롱니아르궁. 에르메스·펜디 등 글로벌 명품 패션쇼장으로 알려진 이 곳에 K패션 오디션 스타 디자이너들의 합동 패션쇼, 'K컬렉션 인 파리'가 열렸다. 관람석 첫째 줄에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패션 기자들과 파리 유명 편집숍 '레클레어' 창립자 아만드 하디다(69)가 지켜보고 있었다.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 패션쇼 피날레. /한국패션산업협회제공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 패션쇼 피날레. /한국패션산업협회제공
이날 무대를 장식한 한국 브랜드는 모두 세 곳. K패션 오디션 스타 디자이너 서병문의 '비뮈에트', 정재선의 '제이청', 신혜영의 '분더캄머'였다.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K패션 오디션'에 선정된 브랜드들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최근 세계 시장에 K패션의 매력을 알릴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있다. K패션 오디션 스타 3인은 산자부·패션협회 지원으로 파리 패션 무역 박람회 '트라노이 쇼'에 홍보관을 설치했고, 합동 패션쇼까지 열었다.

이날 아만드 하디다 레클레어 창립자는 쇼가 끝난 뒤 "한국 디자이너의 감성이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패션쇼 기획에는 프랑스 유명 패션기업 트라노이사(社)도 직접 관여했다. 트라노이는 세계 패션 산업에 큰 영향력을 지닌 무역업체다. 매년 파리와 중국 상해에서 무역쇼를 연다. 바이어 2만명이 찾는 트라노이 쇼는 브랜드의 상업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실전 무대로 통한다.

(왼쪽부터) 분더캄머, 비뮈에트, 제이청20SS 패션쇼.
(왼쪽부터) 분더캄머, 비뮈에트, 제이청20SS 패션쇼.
트라노이의 세일즈 디렉터는 서울을 찾아와 패션쇼 참가 후보들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후보 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지난 시즌 컬렉션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야 최종 참가자가 결정됐다.

서병문의 비뮈에트는 창의적인 패턴, 건축적인 요소가 특징인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미국 인상주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공개됐다. 고급 소재와 파격적인 구조로 옷에 건축 요소를 숨겨놨다.

정재선의 제이청은 '불완전함의 매력'을 표방하는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 주제는 '완벽해지고 싶은 여자의 힐링 여행'이었다. 제작 과정에서 실수한 부분도 그대로 살려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재치가 돋보였다.

(왼쪽부터) 비뮈에트의 서병문과 엄지나, 제이청의 정재선, 분더캄머의 신혜영 디자이너
신혜영의 분더캄머는 '생식의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새벽의 빛과 색, 미완성 건축물의 거친 표면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이 눈에 띄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동대문은 뉴욕 맨해튼의 '가먼트 디스트릭트'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고급 패션을 선보일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앞으로도 동대문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동대문은 세계 시장에서 비슷한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경쟁력을 가진 곳이다. 동대문 시장은 K패션 전체 매출의 17%, 한국 의류 수출액의 21%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식 패스트패션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반경 5km 안에 소재, 생산, 유통업체가 모여 있다. 영국 부후·ASOS 같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초고속 패션)' 업체도 신상품을 출시하기까지 2~3주가 걸린다. 동대문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48시간 안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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