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의 케이스 스터디]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건, 이 남자를 위해 준비된 말인 것 같다.
구찌의 총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 얘기다.
사실 2015년 그가 신임 디자이너로 부임한 뒤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에 대해 조명하는 일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패션계에 던진 개념의 전환은 후대 패션사(史)에 남을 법하다.
모두가 자신을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부를 때 그는 '고고학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전달했다.
구찌의 총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 얘기다.
사실 2015년 그가 신임 디자이너로 부임한 뒤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에 대해 조명하는 일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패션계에 던진 개념의 전환은 후대 패션사(史)에 남을 법하다.
모두가 자신을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부를 때 그는 '고고학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전달했다.

기자는 그를 최근 두번 연속 만날 수 있었다. 구찌 본사에서 채택한 소수의 매체만 참석하는 글로벌 프레스 미팅이었다. 한번은 지난 5월말 로마에서 열린 크루즈쇼에서, 또 한 번은 최근 9월 열린 밀라노 패션 위크 때였다. 여기 모인 몇 안되는 기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건 말문을 열면서 두 번 모두 '고고학자(archaeologist)'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패션 아카이브 뿐만 아니라, 고서적, 각종 아이디어를 취합하면서 그는 탐구자의 자세를 취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그를 다루면서 "국가적 보물"이라는 이중적인 제목을 단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 자체로서도 보물이고, 이탈리아 로마 제국의 부흥을 이끌고 고대 로마 유산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그를 칭송한 것이다. 패션이 시대상과 공존하며 페미니즘 등 각종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해석되거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는 일은 흔하지만, 신화부터 과거의 문화, 흑백 영상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 사고 등 알지만 놓치고 있는 것들을 '발굴'하는 건 패션에 철학을 주입하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신문을 든 여성을 캠페인 화보로 사용한 것도 놓치고 있는 가치에 대해 그가 직접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신체를 재해석하고 '섹시'라는 단어를 해체한다.
미켈레의 위대함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 비난이 쏟아질 때 그는 변명하거나 숨지 않는다. 거짓이 없다. 지난해 얼굴을 노출하는 발라클라바 디자인이 '흑인 비하'라는 비난이 일었을 때 그가 먼저 이야기한 것은 "그건 오해다"가 아니었다. "내가 무지한 부분이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1990년대 영국 행위예술가 리 보워리에 영감 받은 디자인임을 밝히면서도 "의도치 않게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안겨줬다는 점이 슬프다"고 직원들에게 공식편지를 썼던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커리어 문제가 아니라 CEO와 피노 회장의 전적인 지원에 잠을 잘 수도, 무얼 먹을 수도 없었다"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보이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의 순수하고 올곧은 성품을 알기에 피노 회장은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견으로 그를 북돋웠다. 그 이후 구찌에선 다양성과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면서 업계를 선도했다.
미켈레의 장점은 고비를 안다는 것. 일에서든, 성적인 행동이 됐든, 절정이 있으면 하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맥시멀리즘의 대명사였던 구찌가 이번 2020봄여름 쇼에서 선보인 건 빈틈없이 세련된 슬릭(sleek·매끈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슈트였다. 각종 로고와 과도한 장식에서 '덜어내는 미학'을 구찌 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그동안 '구찌화(guccification)''구찌스러움(Gucciness)'로 대표되는 '페이크 빈티지(fake vintage)' 스타일에 더해 좀 더 접근 가능하고 완결된 '구찌식 섹시함(Orgasmique)'을 창조해냈다. 여전히 강한 성장인 아시아에 비해 다소 주춤한 유럽 매출에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 청바지에 티셔츠, 모자 차림의 그는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고 있어요"라며 미팅장을 떠났다. 현장의 기자들은 그를 안아주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미켈레의 위대함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 비난이 쏟아질 때 그는 변명하거나 숨지 않는다. 거짓이 없다. 지난해 얼굴을 노출하는 발라클라바 디자인이 '흑인 비하'라는 비난이 일었을 때 그가 먼저 이야기한 것은 "그건 오해다"가 아니었다. "내가 무지한 부분이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1990년대 영국 행위예술가 리 보워리에 영감 받은 디자인임을 밝히면서도 "의도치 않게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안겨줬다는 점이 슬프다"고 직원들에게 공식편지를 썼던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커리어 문제가 아니라 CEO와 피노 회장의 전적인 지원에 잠을 잘 수도, 무얼 먹을 수도 없었다"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보이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의 순수하고 올곧은 성품을 알기에 피노 회장은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견으로 그를 북돋웠다. 그 이후 구찌에선 다양성과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면서 업계를 선도했다.
미켈레의 장점은 고비를 안다는 것. 일에서든, 성적인 행동이 됐든, 절정이 있으면 하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맥시멀리즘의 대명사였던 구찌가 이번 2020봄여름 쇼에서 선보인 건 빈틈없이 세련된 슬릭(sleek·매끈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슈트였다. 각종 로고와 과도한 장식에서 '덜어내는 미학'을 구찌 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그동안 '구찌화(guccification)''구찌스러움(Gucciness)'로 대표되는 '페이크 빈티지(fake vintage)' 스타일에 더해 좀 더 접근 가능하고 완결된 '구찌식 섹시함(Orgasmique)'을 창조해냈다. 여전히 강한 성장인 아시아에 비해 다소 주춤한 유럽 매출에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 청바지에 티셔츠, 모자 차림의 그는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고 있어요"라며 미팅장을 떠났다. 현장의 기자들은 그를 안아주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