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대신 '곡선' 가을패션, 여성미로 물들다
입력 2019.09.06 03:01

여전히 '스트리트'가 강세라지만 이젠 좀 지루해질 때도 됐다.

런웨이에서 어느덧 슈트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1980년대를 풍미하던 파워슈트 일색은 아니다.

영국 맞춤 슈트 거리인 '새빌 로'에서 영감을 받은 듯 직선적인 재단이 눈에 띄긴 하지만, '각잡힌' 날렵함 대신 어깨에 곡선을 주거나, 벨트와 풀 스커트 등을 만나 여성미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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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칼 라거펠트의 유작인 펜디 19 가을겨울. ②하이 프리퀀시 기법이 돋보이는 19 가을겨울 패디드 카세트 백. ③영국 문화에서 영감받은 체크 패턴의 19 가을겨울 의상. ④박시한 사이즈의 코트로 눈길 끈 19 가을겨울. ⑤파워 슈트에 능한 매카트니는 벨트로 여성성을 가미했다. ⑥페라가모의 19가을겨울 ‘박시즈백’. ⑦구르메뜨 체인의 볼드하면서도 대담한 스타일의 목걸이. ⑧곡선미 어깨로 시선을 끈 지방시19 가을겨울 컬렉션. ⑨셀린느 세즈백.
◇패션, 어깨를 주시하라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열린 2019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호평을 받은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셀린느, 펜디, 발렌시아가 등이 이러한 슈트 재킷 패션의 변조를 잘 보여줬다. 케이프와 트렌치, 보머 스타일 재킷으로 남성성과 여성미를 교차한 보테가 베네타는 니트 원피스와 가죽 소재, 패디드(패딩 스타일) 스커트 등과 조화를 이루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스타일을 재창조했다. 어깨 라인에 살짝 힘을 줘 곡선 처리한 재킷을 선보인 지방시는 자연에서 영감 받은 프린트가 새겨진 롱드레스나 체크 무늬 슈트에 벨트 기능을 하는 가방을 허리에 두르는 등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슈트 패션에 포인트를 더했다. 도시적인 회색빛 슈트가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번 시즌 특징. 생 로랑의 팬츠 슈트 역시 생로랑 특유의 록시크적인 분위기를 좀 더 관능적으로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방시와 함께 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역시 여성스러운 레이스 상의 어깨를 부풀리거나 가슴 부분에 포인트를 줘서 시선을 끌었다. 미니멀리즘에 강한 프라다 역시 레이스 맥시 스커트로 여성성을 입혔다.

재킷과 여성적 디테일의 만남은 펜디와 셀린느에서 두드러진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유작이 된 펜디의 가을 컬렉션은 그의 아이코닉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생전 그가 늘 입었던 화이트 셔츠가 컬렉션 곳곳에 다른 소재로 선보이고 있는데, 높은 칼라와 리본 디테일을 더해 로맨틱한 매력과 날렵한 선의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베이지, 화이트 등 뉴트럴 컬러가 주를 이루면서 바다의 푸른빛 아주르 컬러와 탠저린 컬러가 포인트가 돼 우아한 색감을 더했다. 셀린느는 밑으로 퍼지는 A라인 스커트에 리본 장식 상의를 곁들여 레트로 분위기를 강조했다. 재킷이나 짧은 블루종에 가죽 부츠 등을 곁들인 런웨이 스타일을 '리얼웨이'로 바로 응용할 수 있게 연출했다.

영국식 트위드와 체크는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띈 스타일 중 하나. 품이 큰 코트로 넉넉한 실루엣을 선보인 샤넬과 토즈, 케이프 느낌으로 재킷 위에 걸친 랑방, JW 앤더슨과 빅토리아 베컴, 에트로와 페라가모 등 상당수 브랜드가 영국풍의 체크 디테일이 돋보이는 의상을 선보였다. 크리스챤 디올의 경우 1960년대 영국을 풍미했던 '카운터 컬쳐'에 영감을 받은 체크 무늬를 대거 선보였다. 1960년대 미국의 저명 사회학자인 존 밀턴 잉거가 '미국 사회학평론'에 기고하면서 탄생한 '카운터컬쳐'는 지배적인 사회 문화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대항문화'를 뜻한다. 페라가모와 막스마라는 주머니가 많이 달린 상의나 재킷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가방에 드러난 클래식은 혁신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박시즈(Boxyz)백'은 이름에 포함된 'XYZ'처럼 전 세대가 아우를 수 있는 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앤드류는 21세기 라이프 스타일인 '미래적인 클래식함'의 요구에 맞춰 각 가방의 잠금 장치와 열쇠는 개인적인 내용을 각자의 박시즈백에 보관하고 담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폴 앤드류는 "많은 여성에게 가방에서 무엇을 가장 아끼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모든 반응은 여성들처럼 다르고 다양했지만, 사생활, 편리함, 힘, 아름다움, 대담함 등 몇 가지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다. 박시즈는 페라가모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소중하고 안전한 공간이며, 이것은 우리가 받은 마지막 편지의 요청에 따라 디자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300개만 제작된 박시즈 리미티드 컬렉션도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패디드 카세트백' 역시 하우스를 대표하는 인트레치아토 장인 정신에 1970년대 럭셔리 카의 내부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패딩 디테일을 더해 탄생했다. 혁신적이면서 모던한 패딩 디테일은 마치 고밀도로 눌러 찍은 듯한 하이-프리퀀시 기법(High-Frequency·열 접합 기법)을 사용한 페이퍼 카프 소재로 완성됐다. 이번 가을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메신저 백'은 간결한 실루엣이 특히 돋보인다. 격자 패디드 효과는 열접합의 하이 프리퀀시 기법을 이용했고, 매우 부드러운 피우마 카프스킨 소재와 대비되는 견고한 박스 라인이 대조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펜디의 백컬렉션은 기능성이 돋보인다. 펜디의 대표적인 바게트엔 다용도 멀티스트랩 하네스가 장착돼 스카프를 백 아래 매달 수 있다. 비즈, 페이턴트 등 다양한 소재에 요즘 트렌드인 에어팟을 두는 미니 포켓도 양쪽에 배치돼 있다. 지방시와 No.21, 셀린느 등도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로고를 살린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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