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이름이 그 자체로 명사화되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에게 '꿈의 가방'이라는 에르메스 버킨이 대표적이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까다로운 공정으로 소량만 만들어 지극한 인내심을 요한다. 세계적인 경매에 등장하기도 한다. 201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4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버킨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여성에게 버킨이 있다면 남성에겐 노틸러스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파텍필립 노틸러스는 어떻게 시계 분야의 버킨이 됐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예약 리스트에 올려 수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중고 가격은 계속 치솟고, 세계적인 스타들이 애용하며, 일명 '경매의 왕'이라고 불리며 성장했다"면서 "무엇보다 천재적인 디자이너와 브랜드 콘셉트의 만남"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이를 두고 "피카소가 페라리를 디자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적었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시계 중 하나는 스틸로 만들어졌다"는 광고 문구가 말하듯, 그 가치는 단순히 가격과 재질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약 40년 전인 1976년에 탄생한 파텍필립 노틸러스가 반세기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까다로운 시계 마니아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얼까. 오리엔탈워치컴퍼니 파텍필립 갤러리아백화점 부티크 세일즈 컨설턴트 이현종 매니저에게 '초보 고객'의 입장에서 물었다.
―노틸러스의 뜻은 무엇인가.
"노틸러스는 앵무조개라는 학명을 갖고 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 전기 시대부터 그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 중 하나인 생물이다. 이름은 조개이지만 조개류가 아닌 오징어나 문어류와 같은 두족류에 속한다. 앵무조개의 나선형 껍질은 완벽한 비율과 미의 상징이다. 이는 파텍필립 노틸러스가 지향하는 바와도 같다. 1870년대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소설에 나오는 네모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등장한다. 1950년대에 나온 미국 최초의 핵 잠수함 이름도 노틸러스호다. 그 당시 잠수함은 요즘의 전투기나 우주선처럼 획기적인 기술 발전의 증거였다. 파텍필립은 여기서 착안해 첫 스포츠 워치의 디자인을 배의 현창에서 가져왔고, 이름도 노틸러스라고 지었다.

"8각형의 케이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시계 디자이너인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했다. 배의 현창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다이얼의 디자인은 투톤효과를 주는 양각으로 구성됐다. 강인하면서도 클래식한 룩과 조화를 이룬다. 출시 당시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일가견 있는 파텍필립이라는 명망 있는 회사가 스틸 소재로 된 스포츠워치를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다고 한다. 현재 노틸러스는 이제껏 나온 시계 라인 중에서 가장 소중한 시계가 되었고, 뛰어난 미학 덕분에 컴플리케이션 제품이나 칼라트라바처럼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다."
―당시 노틸러스가 탄생한 배경은?
"시계는 그 시대의 문화와 시대상에 따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틸러스가 탄생한 1970년대는 인간의 달 착륙, 펑크와 디스코 뮤직의 유행,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카운다크의 등장했던 때다. 스타워즈가 유행했으며 펑크의 대명사 그룹인 섹스피스톨즈가 세상에 등장하는 등 문화적 기술적으로 다양성과 혁신이 폭발한 시기였다. 그 전 어떤 시대와도 다른 독특한 사회 양상이었다.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스포츠 워치가 태어나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였던 셈이다. 그전까지 파텍필립을 포함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는 클래식한 골드 드레스 워치 중심이었다. 하지만, 파텍필립은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에 120m 방수 성능을 지닌 노틸러스로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장르를 개척했다."
―노틸러스의 라인업?
"남성용은 총 8개 시리즈가 있다. 작년에 첫 출시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급인 퍼페추얼 캘린더 5740/1G 시리즈, 기본형인 5711 시리즈, 파워리져브 5712 시리즈 등으로 나뉜다. 여성용 모델은 베젤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셀프와인딩 7118/1200시리즈, 베젤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지 않은 셀프 와인딩 제품 7118/1 시리즈, 여성용 라인중에 가장 작은 사이즈인 7010시리즈가 총 3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 있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노틸러스의 인기는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남성용 기본 모델인 5711 시리즈와 파워 리저브 모델인 5712/1A 시리즈, 최근에는 작년에 첫 출시된 퍼페추얼 캘린더 5740/1G 모델도 인기가 많다."
―최근 파텍필립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컬렉션이라는데.
"노틸러스가 발표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요즘에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인기와 더불어, 그 중심에는 노틸러스가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밸런스가 좋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디자인, 문자판의 색감, 폴리싱과 브러싱의 조화, 이 모든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하지만 노틸러스는 실제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제품이 생산되는 수량에 비해 구매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파텍필립은 브랜드 생산에 있어 수작업이 많기 때문에 한정된 제품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기가 많다고 해서 더 많은 모델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노틸러스를 구매하시고자 하는 고객님들의 연령대 폭이 20대부터 60대까지 폭이 상당히 넓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노틸러스는 어떤 모델이 있는가?
"남성용은 애뉴얼 캘린더 브레슬릿 모델인 5726/1A 의 기존 문자판 색상들을 단종하면서 새로운 버전인 블루색 문자판의 5726/1A-014를 새롭게 출시했다. 올해 바젤월드에서 발표하자마자 많은 문의가 있었다. 여성용은 새롭게 스틸 브레슬릿 모델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7118/1200A 시리즈와, 골드 브레슬릿 7118/1R 시리즈를 새롭게 발표했다."
―스포츠 워치라 여성들의 선택폭은 좁을 것 같은데.
"예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여성용 노틸러스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 같은 노틸러스 제품이라 하더라도 남성용과 여성용은 시계가 주는 매력이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성용이 좀 더 스포티 하다고 한다면, 여성용은 좀 더 우아함을 겸비하고 있는 것 같다 보니 많은 분께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파텍필립 본사의 4단계 교육 과정을 수료한 세일즈 컨설턴트. 2016~2017년 '파텍필립 마스터' 두 번째 시즌에서 한국 최초로 전 세계 3위를, 이번 세 번째 시즌에서는 전 세계 2위를 차지하며 연이어 수상 기록을 달성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