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혁신으로, 오늘엔 전설로… 여전히 빛나는 144년 전통
입력 2019.07.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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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계 부품 등 각종 요소를 손으로 직접 쓴 책자 위에 올려진 빈티지 시계들. ②AP 워치메이커가 빈티지 모델을 수리하는 모습. ③1993년 최초 선보인 로열 오크 오프쇼어. ④1904년 선보인 동전 모양 포켓 워치. / 오데마 피게 제공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건 당장 팔면 돈 좀 벌 것 같은 오래된 금화로 보였다. 아니, 분명 겉모습은 1904년에 찍어낸 순도 100%의 금화였다. 실크 장갑을 낀 오데마 피게(AP) 박물관(뮤지엄) 담당자가 그 '작품'을 들고 '마법'을 보여주기 전까지 말이다. 마치 오레오 쿠키의 크림을 슬쩍 비벼 돌려 두 개로 분리하듯, 겉 뚜껑을 살짝 여니 유연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예술 같은 세공은 루비를 더욱 빛냈고 심지어 100년 넘은 시계가 너무나 영롱한 소리를 내며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의 최고급 제품을 내놓은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의 힘은 진화하며 예술적으로 승화된 역사적 기술력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AP는 그 모든 걸 완벽히 저울질하며 역사와 전통을 지켜내고 있었다. 박물관 담당자가 마치 '비밀의 문'을 열 듯 펼쳐보인 스크린 영상과 책상 위 실물엔 신세계가 펼쳐졌다. 최근 신제품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1882년 제작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는 쿼터 리피터, 윤년 표기가 가능한 퍼페츄얼 캘린더, 문페이즈에 월·날짜·요일 표시창을 보유하고 있었다. AP관계자는 "유수한 세월 동안 독립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지킬 수 있는 바탕이 바로 독보적인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에 있었다"면서 "브랜드 탄생부터 출시한 컴플리케이션 워치에서 추가된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892년 탄생한 최초의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 1921년 등장한 최초의 점핑 아워 시계 등 보이는 것마다 기존에 없던 혁신이었다.

1957년 윤년 계산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퍼페츄얼 캘린더 손목시계 역시 눈길을 끌었다. AP 관계자는 "계속된 기술개발로 1978년에는 세계 최초의 무브먼트 두께가 3.95mm에 불과한 초박형 셀프와인딩 퍼페츄얼 캘린더 손목시계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1986년에는 '칼리버(부품) 2870'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초박형 셀프 와인딩 투르비옹 손목시계를 출시했다. 복잡 시계를 대표하는 투르비옹이 탑재된 데도 높이가 고작 4.8mm다. 3년 뒤엔 최초의 셀프 와인딩 듀얼 타임 시계도 등장했다. 여행자들에겐 말 그대로 센세이션.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이들이 출발지와 현지의 시간을 바로 보면서 일정을 체크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가져다줬다. 오데마 피게 관계자는 "144년의 유구한 역사가 담긴 약 1300 점의 시계들을 보유해 진정한 브랜드 유산의 산실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며 "브랜드의 초대 회중시계에서부터 단조 카본으로 만든 가장 현대적인 로열 오크 오프쇼어에 이르기까지 오데마 피게가 어떤 시계를 제작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밝혔다.

⑤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로열 오크의 1972년 첫 모습. ⑥1892년 탄생한 최초의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 ⑦AP 복원 아틀리에에서 각 빈티지 모델들의 무브먼트 샘플 혹은 부품들과 설계도들이 담긴 박스들 앞에서 각종 부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설명하는 모습./오데마 피게 제공
베스트셀러 제품을 안 볼 수 없었다. 과거엔 혁신으로, 오늘엔 전설로 전통을 지켜오는 1972년 최초의 로열오크 모델은 당시 골드 소재나 주얼리 워치가 강세였던 트렌드에 강력한 반기를 들고 등장한 최초의 스테인리스 스틸 하이엔드 워치였다. AP 측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39mm 오버 사이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전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해, 현재는 전 세계 럭셔리 스포츠 워치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며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계 베젤은 최초로 옥타곤(8각) 형태의 케이스로 돼 있는데 오데마 피게만의 특별한 일체형 설계방식이 적용돼 전면부터 후면까지 오직 8개의 스크류 만으로 고정한다. 어떤 충격에도 절대 분해되지 않는 등 오데마 피게는 이러한 독창적 디자인에 대해 특허권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에 들어갈 만한 빈티지 시계를 보유하고 보관해 온 것은 그 자체로 시계의 역사였다. AP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객들의 명단과 어떤 제품을 샀는지, 어떤 부품이 들어갔는지 수기로 고스란히 적고 있었다. 또 복원 아틀리에에서는 과거 특수 부품을 보관해 복원할 때 필요한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단 한명의 고객의 요구라도 놓치지 않고 당시의 스타일에 맞게 최선의 복원력을 자랑하는 것도 오데마 피게의 장점 중 하나다.

복원 워크숍은 창립자인 쥴스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거스트 피게가 워치메이킹을 하던 매뉴팩처 건물에 위치해있다. 1875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복원 워크숍, 뮤지엄, 오데마 피게 아카이브 센터, 투르비용 워크숍으로 채워져 있다. 가장 복잡하고 희귀한 무브먼트들을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설계도와 함께, 고도로 체계화된 빈티지 시계 부품들은 복원 워크숍에서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 과거 선보였던 어떤 앤틱 워치 혹은 빈티지 워치의 복원과 보존을 할 수 있다. 특히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제작의 메카인 '발레 드 주'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시계더라도 복원과 보존을 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매뉴팩처 중 하나다. AP 관계자는 "부품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복원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공법과 고유의 도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부품들을 제작한다"며 "고도의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시계장인들 중 극소수만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계들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빈티지 모델에서 기능을 추가하길 원하면 복원 워치메이커들과 상의한 뒤 단 한명의 고객만을 위해 특별한 시계를 제작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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