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色이 넘실대는 스크린, 바닷속 시간을 탐험하다
입력 2019.07.18 17:55

블랑팡 오션 커밋먼트 행사가 열린 SJ 쿤스트 할레 내부 모습. 2층에서 보이는 상어사진은 해양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심해 사진을 소개하는 연간 간행물 '에디션 피프티 패덤즈'에서 발췌한 장면이다. 또 1층 서재처럼 꾸며놓은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피프티 패덤즈 60년 역사가 담긴 'Fifty Fathoms The Dive and Watch History 1953-2013' 책자를 비롯해 그동안 블랑팡이 기획했던 각종 책자와 사진, 여러 다이버 워치 등이 진열돼 있다.
블랑팡 오션 커밋먼트 행사가 열린 SJ 쿤스트 할레 내부 모습. 2층에서 보이는 상어사진은 해양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심해 사진을 소개하는 연간 간행물 '에디션 피프티 패덤즈'에서 발췌한 장면이다. 또 1층 서재처럼 꾸며놓은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피프티 패덤즈 60년 역사가 담긴 'Fifty Fathoms The Dive and Watch History 1953-2013' 책자를 비롯해 그동안 블랑팡이 기획했던 각종 책자와 사진, 여러 다이버 워치 등이 진열돼 있다. / 블랑팡 제공
파아란 길목은 바다 한복판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입을 살짝 연 은회색빛 상어와 눈이 마주친다. 심해의 어둠과 대비돼 더욱 영롱하다. 색색깔 산호가 넘실대는 스크린을 지나다 보니 바다 밑 생물들이 춤추는 듯하다. 잠수부의 수백 배 크기의 대형 범고래가 솟구치는 현장에 적혀 있는 건 '블랑팡, 최고급 시계 제조사(Blancpain. manufacture de haute horlogerie)'와 '블랑팡 오션 커밋먼트(Blancpain Ocean Commitment)'. 최고급 시계 제조사이기도 하지만, 바닷속 생물들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라는 걸 대번에 보여준다.

지난 6월 25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SJ 쿤스트 할레는 한 편의 바닷속이자 블랑팡이 바다를 위해 내건 약속을 생생히 느끼게 하는 현장의 연속이었다. 1953년 최초의 모던 다이빙 워치,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 oms)가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로 블랑팡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심어줘야 하는지를 선언적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해준 공간이었다. 바다 보호를 위한 해양 탐사 프로젝트인 '블랑팡 오션 커밋먼트'는 2015년 3월 바젤월드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호주, 홍콩, 일본, 대만 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첫 전시회 이후 세 번째로 선보인 행사. 요즘 젊은 층이 제품을 구매할 때 특히 고려하는 점, 바로 '생각 있는'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 현장이기도 했다. 또 2019년 신제품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아 블랑팡 팬들을 들뜨게 했다.

거대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블랑팡 X패덤즈.
거대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블랑팡 X패덤즈. / 블랑팡 제공
이날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낡은 문서들이 빽빽이 벽을 장식한 '전설의 탄생(Birth of Legend)'존. 이번 행사를 위해 국내에 들어온 빈티지 피프티 패덤즈 시계와 최초의 모던 다이빙 워치를 통해 받은 특허 증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유명 수중 사진가들의 아름다운 심해 사진을 모아 2008년부터 해마다 선보이는 한정판 사진집 '에디션 피프티 패덤즈'의 최신호에 수록된 흑백 사진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 마련된 '피프티 패덤즈 인 액션' 존에서는 65년 이어진 피프티 패덤즈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다양한 다이빙 워치 컬렉션, 피프티 패덤즈를 착용하고 심해 세계를 누비는 포토그래퍼와 탐험가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특히 피프티 패덤즈를 처음 만든 선구자들의 인터뷰와 원시 해양을 탐사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프리스틴 씨즈(Pristine Seas) 프로젝트의 아름다운 심해 속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는 한국에선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 유명한 수중 포토그래퍼인 로랑 발레스타의 해양 보호 이야기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열정의 산물이었다. 블랑팡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해양보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참석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로랑 발레스타의 '곰베싸 프로젝트' 등이 전시된 공간.
로랑 발레스타의 '곰베싸 프로젝트' 등이 전시된 공간. / 블랑팡 제공
블랑팡이 보전하려는 것이 이러한 바닷 속 생물의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블랑팡이 보전하려는 것이 이러한 바닷 속 생물의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 블랑팡 제공
'오션 익스플로레이션' 존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와 있는 듯했다. 상어를 관찰하기 위해 수중 탐사선에 들어가듯 네모난 박스로 펼쳐진 공간에선 블랑팡이 지원하는 해양 탐사 프로젝트 중에서도 로랑 발레스타의 '곰베싸 프로젝트'의 과정과 성과가 다양한 사진과 영상으로 등장했다. 블랑팡 관계자는 "희귀 해양 생물 일부와 바다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 현상을 연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까지 네 번의 원정이 이루어졌고, 모두 블랑팡의 후원 아래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VR로 볼 수 있는 바닷속 생생한 모습과, 디지털 타투도 즐길 거리였다. 현장에서 만난 블랑팡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블랑팡의 기술과 함께 흔히 접할 수 없는 해양 생물의 생생한 모습을 지켜내는 블랑팡의 노력이 곳곳에 새겨져 있는 듯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현장 중 특히 눈에 띈 건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곰베싸 IV 원정'. 700마리에 달하는 흔치 않은 그레이 리프 샤크 무리를 발견하고, 이들을 더욱 폭넓게 관찰하고 그들의 생태와 행태를 더욱 자세히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최초로 그레이 리프 샤크의 사냥 습성을 밝혀낸 광범위한 과학 데이터를 비롯해 매혹적인 이미지들을 얻은 것도 대단한 수확이었다.

블랑팡 X패덤즈의 영롱한 색상.
블랑팡 X패덤즈의 영롱한 색상. / 블랑팡 제공
이날 관람객에게 특히 사랑을 받은 건 라이브러리 콘셉트로 꾸며진 '어웨어니스(Awareness) 존. 마치 블랑팡 CEO의 서재에 와있는 듯 각종 발행물과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계를 한자리에 모아놨다. 다이빙과 탐험에 대한 열정, 전 세계 바다 아름다움을 공유하고자 2008년부터 선보였던 '에디션 피프티 패덤즈'의 모든 발행물 책자, 다이빙계의 선구자 중의 선구자이자 다이빙 역사학자인 한스 하스의 초기 탐사 활동의 매혹적인 경험을 엿볼 수 있는 '한스 하스, 새로운 세계를 깨우다', 그리고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의 지난 60년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 책자 'Fifty Fathoms The Dive and Watch History 1953-2013' 등 다양한 브랜드 책자들이 전시됐다. 서재 공간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일명 '비스트'로 불리는 'X패덤즈' 시계의 모습. 56mm나 되는 거대한 다이빙 시계로 기계식 수심 측정 기능을 갖췄다. 새틴 브러시드 된 티타늄 소재와 멀리서도 보이는 대범한 사이즈, 특히 아름다운 수퍼 루미노바 야광 도료는 그린, 오렌지, 블루 등 마치 바닷속 산호를 손 위에 올려놓은 듯한 미학적 감성도 느낄 수 있게 했다. 해외 럭셔리 전문지 프레스티지는 "블랑팡 오션 커밋먼트는 럭셔리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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