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매끈하고 부드럽게… 완벽한 착용감을 위해 '때'를 기다렸다
입력 2019.06.07 03:02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오니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오나마싸.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오나마싸. /불가리 제공
'유혹'. 이 단어만큼 유혹적인 게 있을까. 심리적 방어막의 한계선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유혹된다. 그러한 '유혹'을 이름으로 쓴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자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르펜티 세두토리(Serpenti Seduttori). 불가리의 대표 아이콘인 세르펜티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다. 본 투비 골드(born to be gold)'를 테마로 고귀한 시간을 황금빛을 물들인다는 의미를 지녔다.

뱀 머리를 모티브로 강렬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손목 위를 부드럽게 흐르며 유연하게 착 감기는 모습은 극도로 우아하게 관능적이다.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4년 전에 드로잉 된 작품입니다. 처음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지요. 초기엔 지금같이 완전히 편평한 속성을 갖추지 않고 준경식(semi-rigid) 형태였어요. 손목에 올렸을 때 지금처럼 완벽히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었죠." 세르펜티 시리즈를 탄생시킨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오니가 세르펜티 세두토리를 책상 위에 완벽하게 편평히 펼쳐보이며 말했다. 얼마 전 스위스 바젤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역작' 중 하나인 세르펜티 시리즈에 대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제작 스토리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유혹적이다.

그는 '때'를 기다렸다고 했다. 완벽한 착용감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브레이슬릿을 지탱해줄 수 있도록 밴드를 지닌 새로운 케이스를 디자인했어요." 그는 케이스의 옆면을 가리켰다. 더 매끈하고 부드럽게. 최대한 편평하면서도 아랫부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밴드를 더하고자 했다.

(왼쪽부터) 세르펜티 투보가스. 세르펜티 세두토리. 세르펜티 스피가.
(왼쪽부터) 세르펜티 투보가스. 세르펜티 세두토리. 세르펜티 스피가.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게 실은 가장 복잡하다는 디자인계의 격언처럼 당연하고 쉬워 보일수록 디자이너의 온갖 마법 같은 기술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가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다는 부분. 바로 세두토리의 특징이기도 한 브레이슬릿이다. 그는 브레이슬릿의 육각형 혹은 타원형 같은, 어쩌면 뱀의 비늘을 연상케 하는, 링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4개의 각기 다른 링크를 만들었는데요, 모두 다 같은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링크 각각은 모두 다르답니다. 서로 같은 것도, 그렇기에 옆과는 다른 것도 있지요. 절반 사이즈의 링크는 사이즈 조정을 위해 구분됩니다. 즉, 1, 2, 3개 그리고 사이즈 조정 용도로 절반 사이즈의 링크 이렇게 갖추어져 있답니다. 한 개의 링크 혹은 한개 반(1과 1/2)의 링크를 양쪽에서 제거하여 더 작은 사이즈로 착용해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더 딱 들어맞죠. 이렇게 까지 만들어내기 위해 꽤 오랜 작업 시간이 걸렸어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자체는 모두 동일해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로 다르답니다." 착용해보면 알수 있는 그 디테일의 차이. 그는 이렇게 결점 없는 브레이슬릿을 만들기 위해 공학 기술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고 했다. 166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또는 로즈 골드 케이스에 베젤은 50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 카보숑 컷 루비또는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한 크라운 등 로마 태생 주얼리 제작자라는 불가리의 뿌리를 상기시키는 보석보다 더 화려한 제품도 눈에 띈다.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세르펜티 세두토리.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세르펜티 세두토리. /불가리 제공
세르펜티 세두토리의 탄생은 이전 세르펜티 시리즈의 지속적인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과거 세르펜티 투보가스 쓰리 골드 컬러(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브레이슬릿에 화이트, 옐로, 로즈 골드의 세 가지 골드 소재가 함께 조합된 작품) 워치의 스케치를 기술진에 제안했을 때를 떠올렸다. 소재의 차이는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고개를 젓는 이들이 적지 않았죠. 저는 "다시 생각해봐요! 불가리는 이미 50년 전에도 이 같은 시계를 만들어냈는걸요. 요새는 15분 안에 달에도 도착하는 시대인데 이 시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요?" 라고 이야기했어요. 이후 계속된 시도와 노력의 과정 끝에, 세르펜티 투보가스 골드가 우리 눈앞에 있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러한 것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같은 제품만 만들 수밖에 없죠.

불가리의 또 다른 시그니처인 '투보가스'를 고대의 뱀 모티브에 결합한 세르펜티 투보가스는 브랜드의 '마스터피스'로 복잡한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불가리의 전문 금세공인의 손을 거치는데, 납땜 없이 긴 골드 혹은 스틸 밴드를 중심부의 스틸 주위에 감싸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감으면서 밴드의 동근 윤곽이 서로 맞물려져 그 안의 구조를 완전히 감춘다.

세르펜티 스피가는 세라믹 소재와 귀금속을 믹스해 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던진 작품. 브라운 컬러 세라믹에 핑크 골드를 삽입한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러한 구조적 완벽함은 부오나마싸 디자이너의 지향점을 엿듣는 것으로 다소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로마의 풍성하고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는 불가리의 DNA에 충실하면서도 독일 출신 미니멀리즘의 대가 디터 람스에 대한 개인적인 존중이 불가리 워치 작품에 다양성과 균형감을 더하는 것이다. "저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디터 람스,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 엔조 마리, 마리오 벨리니, 질로 도어플즈 등을 존경해요. 특히 디터 람스의 작품은 다소 차갑지만 이탈리아적인 동시에 독일 디자인 느낌이 공존하죠. 매우 기능적이고, 장식적 요소는 거의 없어요. 이탈리아 디자인 문화는 기능, 합리성, 아름다움이 독특하게 결합되어 있어요. 미학을 차선으로 두고 잘 작동하는지 강조하면 감성과 열정을 찾기 어려워요. 럭셔리 산업도 마찬가지로 제품의 용도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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