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을, 빛을 담은… 또 하나의 시간
입력 2019.05.24 03:02 | 수정 2019.05.24 13:21

에르메스 Hermès

▲아쏘 레흐 드 라 룬 어벤츄린.
에르메스가 지난 29회 SIHH(제네바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에서 새 여성 워치를 공개했다.

설치미술가 이니 아르키봉이 디자인한 '갤롭 데르메스(Galop d'Hermès)'와 마치 우주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드는 '아쏘 레흐 드 라 룬(Arceau L'Heure de la Lune)'이다.

◇마구(馬具)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갤롭 데르메스’

먼저 에르메스의 역사, ‘마구’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갤롭 데르메스’는 기존의 시계 디자이너와 협업하지 않는다는 에르메스 절대 원칙을 지켰다. 갤롭 데르메스를 디자인한 ‘이니 아르키봉(Ini Archibong)’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한 설치미술가다.

갤롭 데르메스는 둥글거나 각진 기존 시계에서 벗어나 곡선을 살린 사다리꼴 형태의 다이얼을 적용했다. 곡선의 프레임은 시각적인 편안함을 주고 금속 소재에 온기를 더한다. 에르메스가 ‘몽환적인 아치 형태’라 표현한 머리 부분은 원근감을 부여해 유연하면서도 역동적인 라인을 이룬다. 다이얼의 숫자가 위치에 따라 변형되는데, 상단부로 갈수록 늘어나 시계가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특히 8시 폰트에 뒤집힌 ‘등자(鐙子/말안장의 발 받침대)’ 모양을 넣거나, 크라운을 6시 방향에 배치하는 등 재치와 균형미를 더했다. 케이스를 통과하는 스트랩은 시각적인 요소는 물론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갤롭 데르메스는 316L 스틸과 로즈 골드에 각각 다이아몬드 세팅, 무(無)보석 버전으로 총 네 종류로 출시됐다. 스트랩 소재는 송아지 가죽과 스무스 악어가죽을 사용했으며 내추럴, 블랙, 사파이어 블루, 파이어 레드, 라즈베리, 엘리펀트 그레이 등의 컬러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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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 사진)1978년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화이트 골드 케이스. (오른쪽 아래 사진)어벤츄린(Aventurine) 다이얼 버전의 시계 제작 과정.
◇두 개의 달을 담은 워치, ‘아쏘 레흐 드 라 룬’

에르메스의 또 다른 주력 워치는 ‘아쏘 레흐 드 라 룬(Arceau L’Heure de la Lune)’이다. 이 시계 역시 에르메스의 독창적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담아냈다. 아쏘 레흐 드 라 룬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의 위성, 북반구와 남반구의 달을 두 개의 문페이즈에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 보통 달의 한 쪽만 보여주는 ‘문페이즈’ 표식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디스플레이는 에르메스의 자유로운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남쪽은 위로, 북쪽은 아래로 방위가 뒤바뀌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한 우주로 빠져들게 한다. 12시 방향에 있는 달에는 ‘몽상가 화가’로 불리는 디미트리 리발첸코의 페가수스를 그렸고, 반대쪽 6시 방향의 북반구 달은 실제 달 표면을 묘사했다. 그 위로 위성처럼 움직이는 래커 다이얼들은 기울어진 아라비아 숫자로 장식했다.

시간과 날짜를 알리는 서브 다이얼은 59일에 한 번 다이얼을 회전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의 형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날짜를 더해감에 따라 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문 페이즈 표시 방식은 바로 117개 부품으로 조립한 에르메스만의 특별한 모듈 덕분이다.

한편, 무려 40년 전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아쏘 케이스’를 적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지름 43mm의 화이트 골드 소재 아쏘 케이스는 말 등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으며 스트랩을 연결하는 비대칭 로그가 특징이다. 에르메스 아쏘 레흐 드 라 룬은 ‘어벤츄린(Aventurine)’과 ‘메테오리트(Meteorite)’ 두 가지 시리즈로 각각 100점 한정으로 선보인다. 컬러는 매트 다크 그레이와 매트 어비스 블루로 구성되며, 악어가죽 스트랩이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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