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고 다 이룰 수는 없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환치하는 수많은 수고가 수반돼야 한다. '꿈(dream)'이란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를 시계에 대입하면 상당수 전문가는 '파텍필립'이라고 말한다. 183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귀족 앙투안 노베르트 파텍과 워치메이커 프랑수와 차펙이 세운 '파텍 차펙' 상회에서 시작해 1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시계 브랜드다. 시계 크라운을 발명한 시계 제작자 장 아드리안이 가세해 1851년 파텍필립을 설립한 이후 1932년에는 찰스 스턴과 장 스턴 형제가 인수한 이래 철저한 관리하에 찰스의 아들 헨리 스턴, 그의 아들 필립 스턴, 그의 손자 티에리 스턴까지 이어지는 4대째 가족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파텍필립은 제네바에서 얼마 남지 않은 독립적 가족 소유 매뉴팩처로 전통을 계승해 나가고 있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하우스의 존 리어든 국제 워치사업부 대표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텍 필립은 말하자면, 많은 이들에게 '종교'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망하고 신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파텍 필립을 사고자 한다면 일부 모델의 경우 최소 8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사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 최고급 시계 브랜드로 꼽히는 파텍 필립의 브랜드 헤리티지에 대해 오랜 경력의 이옥수 갤러리아 백화점 파텍필립 부티크 매니저에게 물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파텍필립 부티크로, 이 매니저는 파텍필립에서만15년, 갤러리아 백화점 부티크에서만 8년째 세일즈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파텍필립 본사의 4단계 교육 과정을 수료해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당신은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보관한 것이다" 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파텍 필립의 시계를 소유하는 건 뛰어난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품격, 가치를 받아들여 계승한다는 의미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고, 윗세대 지식의 전형을 가장 소중한 이에게 물려줘 '당신만의 전통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1996년 시작된 '제너레이션(Generations)' 글로벌 캠페인을 보면 모든 이미지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을 주제로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완벽함의 전형인 시계를 물려주고자 하는 열망, 시계와 소유주 간에 특별한 감정적 유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1839년 이후에 생산된 모든 시계의 '복원'을 보장한다. 그동안 쓰인 제품 설계 도면과 오래된 제작 도구, 전통적인 방법, 그리고 시계 장인들과 함께 이어져 내려온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기존에 열쇠로 시계태엽을 감던(와인딩) 방식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스템 와인딩(용두로 태엽을 감는 것)과 세팅 장치 발명에 대한 특허다. 지금까지 등록된 100개가 넘는 특허는, 회사가 여태껏 이루어낸 주요 개발에 대한 이정표다."

―해외 경매에서 특히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2014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264억원(2323만 CHF)에 낙찰된 '헨리 그레이브스 회중시계'가 대표적이다. 역대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한 회중시계다. 미국의 은행가이자 유명한 수집가인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가 주문한 작품으로 예술 컬렉팅에 높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1910년대부터 파텍 필립의 시계를 모으기 시작하다가 1925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파텍 필립에 의뢰했다. 24가지 기능이 들어간 이 회중시계는 제작에 8년이 걸렸고 1933년 1월에 비로소 전달됐다. 또 2016년 필립스 경매에서 약 125억원(1100만 CHF)에 낙찰된 '퍼페츄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Ref. 1518'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손목시계로 최초로 100억원이 넘는 낙찰가를 기록했다. 최초로 퍼페츄얼 캘린더에 크로노그래프를 접목한 손목시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파텍 필립이 제작한 Ref.1518은 281개에 불과하다. 그 중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은 4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성, 역사성, 보존상태, 기술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빈티지 시계로 꼽힌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약 120명이 소속된 연구 개발팀은 매년 평균 2개의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한다. 하나의 무브먼트 개발에는 9~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며 기계식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500가지의 공정을 거친다. 또 제조 과정에서 600시간의 검사 과정을 거치고 6주 이상의 무브먼트 테스트, 완성된 이후 2~8주 이상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이렇듯 파텍필립의 시계 무브먼트 마감과 성능을 동시에 검수하는 독자적인 인증 시스템인 '파텍필립 씰'이 가장 자부심으로, 무브먼트 지름이 20mm 이상이면 일오차 -3/+2초, 20mm 이하는 일오차 -5/+4초를 허용한다"

―파텍필립의 시계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일 년에 약 6만개 정도만 생산된다. 현재 40여개의 컬렉션에서 200여개의 다양한 레퍼런스여서 각각 매우 한정된 수량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만일 한 고객이 부티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 찾는 제품이 있다면 '우리는 그 제품과 인연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판매가 되었다면 적어도 일년을 기다려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판이나 미닛 리피터와 같은 일부 모델은 특별한 제품으로 꼽혀 고객 심사가 필요하다. 고객 심사에서는 그 고객이 지금까지 어떤 제품을, 어느 부티크에서 구매해서,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스위스 본사의 심사를 통과한 일부 고객만이 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고, 이 제품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유지해서 계승해 줄 고객을 찾는 과정이다."

―오리엔탈 워치 컴퍼니 소속이라는 자부심도 상당하다고 한다.

"오리엔탈 워치 컴퍼니의 컨설턴트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고 소통을 통해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이상적인 시계를 함께 찾아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 세일즈는 내가 팔고 싶은 물건을 파는 것이고, 컨설팅은 고객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리엔탈 워치 컴퍼니의 컨설턴트들은 5년이 넘게 걸리는 스텝4 교육을 모두 수료하였다. 또한 전 세계 파텍필립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파텍 필립 마스터(PP 마스터)' 콘테스트 세 번째 시즌에서 올해 2위를 수상했으며, 파텍 필립 갤러리아백화점 부티크의 세일즈 컨설턴트 4명 모두 전 세계 1% 안에 든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파텍필립 브랜드와 시계에 대한 지식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단순한 시계 판매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