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성장을 일굴 수 있는 비결은?
입력 2019.04.12 03:02 | 수정 2019.04.12 10:16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 CEO 인터뷰

오데마 피게
Q : 두자릿수 성장을 일굴 수 있는 비결은?

A : 말하자면, 오데마 피게 전 사원이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같은 곡을 연주한다는 건1600명의 사원이 한목소리로, 공통된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얘기다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이랄까

능력있는 CEO는 많다. 하지만 위대한 CEO는 드물다. 숱한 세월을 거쳐 한 회사를 책임지는 CEO 자리에 올랐다면 그 자체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겠지만, 직원들에게 '좋은 CEO'이자 '영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숫자에도 강한' CEO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화는 무시한 채 실적만 따지다 보면 한순간 비인간적인 냉혈한으로 몰릴 수 있고, 부드럽게 인정만 베풀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그것도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의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Fransois-Henry Bennahmias) CEO는 양쪽의 저울추를 완벽하게 맞추는 인물로 보인다. 1994년 브랜드에 합류한 뒤 2012년 CEO에 올라 매년 눈부신 성장을 이끄는 그다. 비전 있으면서도 단합을 외치고, 매출까지 치솟게 만들었으니 위대한 CEO로 향하는 그 모든 조건을 갖춘 듯싶다. 눈을 강하게 마주치고, 그가 개발한 독특한 몸짓인 'AP무브(move)'를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그에게 매료돼 있는 걸 발견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유명한 AP무브를 직접 배워보니 그가 지향하는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자격을 부여받은 느낌마저 들었다. 최근 고급 시계의 고향 스위스 발레 드 주에 있는 오데마 피게 사무실에서 만난 베나미아스 CEO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우선 그 질문에 '예스'"라며 그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답게 듣는 이에게 환희가 담긴 "예스!"를 외치게 했다.

오데마 피게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오데마 피게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 CEO는 상대를 유쾌하게 만드는 열정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한국의 성장세는 놀랍다. 소비자들의 시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최상이다. 하지만 아직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 오데마 피게 제공
―마케팅 실력자로 알려졌다. 고급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두자릿수 성장을 일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말하자면, 오데마 피게 전 사원이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곡을 연주한다는 건 1600명의 사원이 한목소리로, 공통된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이랄까."

―다양한 악기를 어우러지게 연출하는 게 지휘자의 묘이듯, 각자 다양한 개성을 하나의 목소리로 뭉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첫 번째로 각자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임파워먼트'라고 하는데, 권한위임으로 역량을 증진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의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믿어주지 않으면 자기 하는 것에 자신감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오류를 범하는 거 자체는 수용할 수 있다. 절대 용인할 수 없는 건 의심 하는 것이다. 인성을 파괴하고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고 연주에 완벽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의심을 없애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잘못해도 공론화시키지 않는다든지, 반대로 잘했을 경우 더욱 칭찬하는 시스템이 있다든지 자신만의 방침이 있다면.

"실수나 오류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깨닫도록 이해하고, 이해시키며 같은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게 한다. 얼마 전 실패에 관해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해 이야기한 비디오 연설을 봤는데, 최고의 농구스타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이 그간 골을 넣는데 9000번의 실수를 범했다고 한다. 9000번!이나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역사상 최고의 농구 선수로 남은 게 마이클 조던 아닌가? 예를 들면, 서울에 있는 부티크에 고객이 1년에 1000명이 온다고 하자. 1000번이나 방문했는데 100개를 팔았다면 900회 기회를 놓쳤다 할 수 있는데, 그걸 100개나 팔았어? 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실패나 성공을 가르는 건 관점의 차이다. 좀 더 강하게 도발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삼성이 S7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불량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S10는 사상 최고의 휴대폰이라 할 수 있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실패는 향후 미래의 성공을 유도할 수 있는 도약의 주춧돌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오른쪽 위부터)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코드1159’ 퍼페추얼 캘린더. 부티크 전용 상품으로 젊은 층에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시계박람회 sihh 2019에서 선보인 오데마 피게 제품들. 로열 오크 시리즈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코드 1159’ 제품 발표회장에 나선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 CEO.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 시리즈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실패라는 게 있었나?

"물론 우리가 내놓은 제품 중에서도 일부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제품도 있었겠지만, 144년이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성공이 훨씬 많았다. 2017년도 기준으로 15억 스위스 프랑의 매출을 올렸고, 7년 만에 두 배나 뛰었다. 더욱 큰 성공이 많았기 때문에 작은 실패를 통해 배우며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실패했다고 하더라고 그 우울감에 천착하거나 오래 고민하지는 않는다."

― 로열티있는 고객층을 보유하는 걸로 유명하다.

"우리의 시계가 곧 고객이다. 또 고객이 곧 우리의 시계다. 나 같은 경우는 CEO로서, 오데마 피게 대표로서 보다는 오데마 피게의 홍보 대사로서 인간적으로 더 친밀감 있게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 대표가 아닌 프랑수와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것이다. 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진실성을 갖고 충실한 마음으로 대하면 고객들도 인간적으로 마음을 열어 주는 것이다."

―신제품 '코드 1159'가 매우 화제다.

"11시 59분, 최종적 완성의 단계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말 그대로 젊은 친구들의 코드를 맞춘 것도 있다. 걸작으로 불리는 로열 오크가 탄생한 지 47년이다. 창립 144년 중에서 로열 오크 없이 지냈던 기간이 더욱 길다. 이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시면 알지만 다이얼이 동그랗다. 매우 컨템포러리한 디자인이다. 또 핸드폰의 스크린에서 전체적인 설계의 영감 받았는데, 핸드폰을 보면 요즘 화면이 넓어 보이는 게 대세 아닌가. 이 제품 역시 와이드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실질적으로는 41㎜인데, 착용할 땐 39㎜ 같은 느낌이고, 볼 때는 43㎜ 같은 느낌이 든다. 크게 느껴지는 효과다. 굉장히 독창적인 설계다."

그가 차고 있던 '코드 1159' 시계를 보여주며 한참 설명하던 베나미아스 CEO가 갑자기 컴퓨터로 음악을 연결시켰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이었다. 그러더니 쿵쿵거리는 비트 음악을 다시 틀기 시작했다. 제이지와 얼리셔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이었다.

"이게 바로 '코드 1159'다. 어제의 이야기가 아닌,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창의적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둘다 뉴욕을 노래하고 있지만 같은 대상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켜놨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현재 엄청난 반응과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젊은 층들이 이 시계에 빠져 있다고, 좋아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고급 시계 브랜드들은 옥션에서 놀라운 가격대로 낙찰돼 덕분에 가치와 인지도도 올라가는 듯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옥션을 통할 계획은 없는지.

"현재는 없다. 어디까지나 가격은 시장 자유주의원칙에 맡긴다. 물론 최근 3~4년을 보면 시장이 인식하는 가격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경매로 가자는 목소리도 많다. 생산량은 적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 현상은 지속하겠지만 지금으로선 경매로 갈 생각은 없다."

―이제 곧 이곳에 뮤지엄과 호텔도 오픈한다던데. '메종 데 퐁다퉤르' 뮤지엄은 세계적인 건축회사인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했다. 분명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

"뮤지엄은 내년에, 호텔은 2021년 초에 선보일 것 같다. 현장 체험을 하는 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시간을 두고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자리잡고, 시계산업에 뛰어들었는지 많은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많이 오셔서 체험하고 가길 바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