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가져야할 머스트해브 백", "유혹적인 it bag"
입력 2019.03.29 03:02

다양한 사이즈의 가죽 스트랩 TB 백.
다양한 사이즈의 가죽 스트랩 TB 백.
패션은 욕망이다. 남들이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위안과 유혹의 심리전이다. 럭셔리 상품이 신분사회가 깨진 현대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과시욕의 도구라는 것도 구문(舊聞)일 뿐이다. 과거 일부 패셔니스타들이 주도하던 트렌드의 시대도 지났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새 상품을 접하고, 파리와 LA, 런던 도쿄에서 현재 이 시각 무엇이 지배하는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트렌드에 시차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영국의 자존심 버버리는 그런 점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브랜드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이끌며 예술성에 디지털 감수성까지 흡수하면서 젊은 층과 호흡했던 버버리는 지방시 디자이너를 역임하며 '럭셔리 스트리트웨어'의 시대를 연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를 만나 또다시 에너지를 수혈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아트디렉터이자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사빌(Peter Saville)에게 의뢰해 간결한 산세리프체로 로고부터 바꾼 리카르도 티시는 창업자 토마스 버버리의 이니셜을 딴 TB 백으로 전 세계 팬들을 또다시 설레게 했다.

버버리 2019 SS 투톤 TB 백.
버버리 2019 SS 투톤 TB 백.
할리우드 스타 이리나 샤크가 착용한 몰트브라운 색상의 미디엄 TB(왼쪽). 리카르도 티시가 '킹덤' 런웨이에서 선보인 TB 클러치(오른쪽).
할리우드 스타 이리나 샤크가 착용한 몰트브라운 색상의 미디엄 TB(왼쪽). 리카르도 티시가 '킹덤' 런웨이에서 선보인 TB 클러치(오른쪽).
이탈리아식 르네상스풍 맥시멀리즘이 패션계를 뒤흔들어 놓은 요즘, 리카르도 티시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시각적인 남다른 차별을 뒀다. 그 어떤 복잡한 의상에서도 간결하고 절제된 라인은 돋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18년 버버리의 총괄 디자이너로 선임된 리카르도 티시는 브랜드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윗세대에 대한 존경과 새로운 젊은 세대에의 존중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려는 그의 철학을 히트 상품화시켰다. 버버리의 새 로고 디자인을 한 피터 사빌과 협업한 '버버리 TB 모노그램'은 날렵하고 유려한 폰트 실루엣으로 자신감 넘치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로고 그 자체가 대중과 소통하는 도구인 것이다.

2019 봄여름 시즌 리카르도 티시의 런웨이 컬렉션 '킹덤'을 첫선을 보인 TB백은 출시 동시에 국내외 전 세계 스타들 어깨와 허리 등에 얹어 있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슈퍼모델 출신 할리우드 스타인 이리나 샤크, 지지 하디드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수퍼모델 최소라, 설리와 그룹 '블랙핑크' 지수, 최지우 등도 TB백을 선택했다. 런웨이 컬렉션이 끝난 뒤 패션 전문가들이 "차세대 잇(it)백"이라고 입을 모았던 것이 현실화된 셈이다. 패션전문가의 극찬과 실제 판매와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는 업계의 속성도 완벽히 뒤집었다. 해외 패션 전문 매체들은 "기본적인 사각형 박스 타입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TB 모노그램만을 간결하게 더한 이 백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숙녀(Lady)의 룩과 캐주얼 스트리트 무드를 표현한 소녀(Girl)의 룩으로 나뉜 런웨이 컬렉션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선보이며 패션 인사이더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태틀러는 "이번 시즌 모두가 가져야 할 '머스트해브 백'"이라며 TB백을 꼽았고, 영국 이브닝스탠다드와 보그 호주판도 "유혹적인 it bag"이라고 TB 백을 설명했다.

촘촘한 조직이 특징인 프랑스산 카프 레더(송아지 가죽)를 이탈리아의 가죽 공방에서 오랜 시간 크롬 태닝(원피가 썩지 않게 가공하는 무두질 방법)을 거쳤다. 백의 색상 표현력이 깊고 풍부하며 부드러운 광택감이 특징이다.

①·②미디엄 가죽 TB 백. ③미디엄 모노그램 아플리케 가죽 TB 백. ④스몰 페인트 엣지 가죽 TB 백.
①·②미디엄 가죽 TB 백. ③미디엄 모노그램 아플리케 가죽 TB 백. ④스몰 페인트 엣지 가죽 TB 백.
버버리 2019 SS 컬렉션 런웨이 룩과 몰트 브라운 색상의 스몰 레더 스트랩 TB 백을 매치한 배우 최지우(왼쪽)와 버버리 2019 SS 컬렉션 런웨이 룩과 투톤 TB 백을 함께 매치한 설리(오른쪽).
버버리 2019 SS 컬렉션 런웨이 룩과 몰트 브라운 색상의 스몰 레더 스트랩 TB 백을 매치한 배우 최지우(왼쪽)와 버버리 2019 SS 컬렉션 런웨이 룩과 투톤 TB 백을 함께 매치한 설리(오른쪽).
컷팅된 가죽 가장자리는 핸드 페인팅으로 마감했고, TB 로고 하드웨어 역시 수작업으로 고정했다. 겉모습은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 공정 만듦새는 꼼꼼한 디테일을 살렸다. 이중 수납 거셋(gusset·덧대는 천)에 입체적이고 실용적인 내부 역시 가죽 소재를 사용했다. 가죽 또는 체인 스트랩, 스몰과 미디움 사이즈 등 선택을 넓혔다. 기본 크로스바디 스타일은 물론 클러치와 범 백 등 다양하다. 블랙과 몰트 브라운 등 기본 컬러에서부터 크림슨 레드, 로즈 베이지 등 화사한 봄 컬러, 또는 라이트 카멜과 초크 화이트, 페일 블루와 크림슨 레드를 함께 사용한 투톤 컬러도 마련돼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리카르도 티시가 유서깊은 버버리의 역사를 넓고 깊은 지식으로 오롯이 재해석해 업계가 고대하던 작품을 쏟아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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