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지만 우아한 여성상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남성상… 새로운 시대를 여는 수줍고 대담한 입맞춤으로

새로운 천재에 대한 발견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지난 2월 22일 이탈리아 셈피오네 광장 평화의 문을 배경으로 개최된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2019 가을 컬렉션에 대한 한결같은 반응이다. 지난해 7월 셀린느 레디투웨어 디자인 디렉터 출신 다니엘 리가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합류한 이래 처음으로 선보인 쇼. 그는 이제 서른둘의 수줍은 '새내기' 같은 영국 청년이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 전통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창의적인 재해석은 보는 이들에게 절로 기립박수를 하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2012년 셀린느에 합류하기 이전 메종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그리고 도나 카란 등을 거친 풍부한 경력을 자랑한다. '숨은 보석'에 목말라 했던 패션계는 다니엘 리가 가져온 신선한 충격에 환호하고 있다. 런웨이 무대 장식부터 의상, 액세서리 디자인 등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정신에 '젊음'을 입힌 현장이었다.
◇전통의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에너지를 얻다
보테가 베네타 하면 떠오르는 가죽 꼬임, 바로 인트레치아토 기법이다. 정교한 수작업으로 박음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을 럭셔리로 격상시킨 게 바로 보테가 베네타다. 다니엘 리는 하우스의 전통성을 단지 의상에서만 재현한 건 아니다. 쇼장 내부부터 보테가 베네타의 세련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했다. 이번 런웨이를 위해 현대적인 아르코(아치) 형태의 유리 건축물을 새로 지었고, 다크 브라운 계열의 에스프레소, 적갈색의 옥스블러드 등 색상의 가죽 의자와 스카이 블루의 가죽 의자를 함께 매치에 대조적인 컬러감을 선보였다. 물론, 인트레치아토 디테일을 더한 작품이었다.
달아오르기 시작한 심장은 런던 듀오 라임 (RAIME)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박동수를 높이기 시작했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하이 컬처와 비주류의 서브 컬쳐를 조합하는 건 고급 브랜드들이 가장 지향하는 스타일. 펑크의 반항기 넘치는 영국적 혈통에 프랑스의 고급스러운 재단과 화려한 취향, 이탈리아 고유의 최고급 소재 개발 등을 모두 거친 다니엘 리는 이를 눈앞에 구현해 낼 최적의 인물 중 하나였다. 1980년대 유명 클럽에서 봤을 법한 이탈리아 부르주아적인 화려함과 은은하게 빛나는 장식은 베이지, 보랏빛 등 내추럴한 컬러와 어우러지며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했다.
광택 처리된 드레스와 레이어드 된 니트는 해외 패션 전문지들이 앞다퉈 엄지손가락을 올리기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신체 곡선을 따라 흐르는 니트는 복잡하고 난해한 디자인을 마치 이탈리아 조각상처럼 정교하고 단아하게 보이게 했다. 기립 박수를 일으킨 날렵한 테일러링은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까지 대번에 사로잡았다. 여성의 욕망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떠난 뒤 그녀의 공백을 그리워하던 수많은 팬이 지방시나 생로랑으로 고개를 돌리는 틈을 놓치지 않은 다니엘 리의 테일러링 손길은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즐거움과 기쁨, 욕망과 아름다움 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컬렉션의 목표를 두고 보면 이미 정답은 모두 그가 보여준 셈이다.
◇강인하지만 우아한, 날카로우면서도 편안한 여성상을 지향하다
이번 시즌 여성 컬렉션은 1960년대 아이코닉한 이탈리아 여배우인 모니카 비티 등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이탈리아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프리폴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U자형 네크라인은 좀 더 강렬한 여성상을 나타내기 위해 스퀘어 라인을 변형됐고, 레더 드레스는 볼륨감을 한껏 세운 여성스러운 실루엣 의상과 어우러졌다. 보테가 베네타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인트레치아토는 가죽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마법을 건 듯했다. 레이저 커팅된 가죽을 장인의 손길을 엮은 외투에 스포티한 느낌의 아우터를 겹쳐 입는 다든지, 퀼팅, 몰딩 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빈틈없는 세련됨에 새로움을 더했다. 스와로브스키 주얼 디테일이 가미된 1980년대 화려한 펑키 무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상 못지 않은 변화를 보인 건 핸드백 등 액세서리. 1970년대 이탈리안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페일 블루, 페일 화이트 등의 컬러를 사용한 핸드백을 비롯해 레이저 커팅한 나파 가죽 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엮어 마치 풍성한 컬(curl)처럼 연출한 '파우치 핸드백'이 눈길을 끌었다. 또 시가렛 박스에서 영감을 받은 핸드백은 주얼리 제작의 특수 몰딩 기법을 사용한 금빛 잠금장치를 장착해 절제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뿜었다. 또 문구류를 보관하는 캐비닛에서 영감 받은 가방은 남성용 타킷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성모델이 들어 대조적이면서도 시각적인 긴장감을 표현했다.
◇청춘을 만난 클래식…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남성상을 창조하다
대조적인 소재와 스타일의 조화는 주로 여성복을 디자인했던 다니엘 리가 남성 부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킨 자리였다. 컴팩트한 더블 울 소재와 여리여리한 오건디 혹은 실크 소재를 더하거나 클래식한 테일러드 재킷과 묵직한 바이커 부츠를 매치하는 듯 예외적인 요소를 선보였다. 최근 다니엘 리가 빠져 있다는 바이커 스타일과 자동차에서 영감 받은 장치들이 곳곳에 선보이며 마치 '청춘'에 머물러 있으려 하는 젊은이들의 군상이 브랜드에 에너지를 심어 넣었다. 바이커나 매트릭스 스타일은 여느 브랜드에서도 수없이 반복된 문법이지만, 절제된 감각과 만나면서 마치 미슐랭 3스타 정찬에 선보인 예술적인 플레이트 같은 감성을 전달했다.
미니멀리즘을 닮은 무결점 엘리트를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재킷은 아우터 포켓을 제외해 더욱 슬림하면서도 길어 보이게 했다.
풍성한 턱 주름으로 입체적인 실루엣을 살린 팬츠는 최근 풍성함을 강조하는 하의 트렌드를 더욱 강렬하게 강조했고 은은하게 속이 비치는 오건디 소재와 함께 섹시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시즌 선보인 케이프 스타일 재킷은 해외 전문가들이 앞다퉈 찬사를 보낸 스타일. 남성복은 입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니트의 경우 라운드 넥이나 풀오버로 착용할 수 있게 했고, 스누드(느슨한 망 같은 스타일) 디테일은 목 뒤로 넘겼을 때는 U자형 네크라인의 니트웨어로 변신한다. 투박하고 청키한 부츠는 남성미와 여성성을 교차하며 반전의 재주를 부렸다.
다니엘 리는 쇼 뒤에 기자들과 만나 긴장과 고민을 함께 풀어놨다.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을 보게 돼서 반갑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그는 "듣고 싶었던 말"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시대를 여는 수줍고 대담한 입맞춤이었다 .
◇전통의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에너지를 얻다
보테가 베네타 하면 떠오르는 가죽 꼬임, 바로 인트레치아토 기법이다. 정교한 수작업으로 박음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을 럭셔리로 격상시킨 게 바로 보테가 베네타다. 다니엘 리는 하우스의 전통성을 단지 의상에서만 재현한 건 아니다. 쇼장 내부부터 보테가 베네타의 세련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했다. 이번 런웨이를 위해 현대적인 아르코(아치) 형태의 유리 건축물을 새로 지었고, 다크 브라운 계열의 에스프레소, 적갈색의 옥스블러드 등 색상의 가죽 의자와 스카이 블루의 가죽 의자를 함께 매치에 대조적인 컬러감을 선보였다. 물론, 인트레치아토 디테일을 더한 작품이었다.
달아오르기 시작한 심장은 런던 듀오 라임 (RAIME)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박동수를 높이기 시작했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하이 컬처와 비주류의 서브 컬쳐를 조합하는 건 고급 브랜드들이 가장 지향하는 스타일. 펑크의 반항기 넘치는 영국적 혈통에 프랑스의 고급스러운 재단과 화려한 취향, 이탈리아 고유의 최고급 소재 개발 등을 모두 거친 다니엘 리는 이를 눈앞에 구현해 낼 최적의 인물 중 하나였다. 1980년대 유명 클럽에서 봤을 법한 이탈리아 부르주아적인 화려함과 은은하게 빛나는 장식은 베이지, 보랏빛 등 내추럴한 컬러와 어우러지며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했다.
광택 처리된 드레스와 레이어드 된 니트는 해외 패션 전문지들이 앞다퉈 엄지손가락을 올리기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신체 곡선을 따라 흐르는 니트는 복잡하고 난해한 디자인을 마치 이탈리아 조각상처럼 정교하고 단아하게 보이게 했다. 기립 박수를 일으킨 날렵한 테일러링은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까지 대번에 사로잡았다. 여성의 욕망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떠난 뒤 그녀의 공백을 그리워하던 수많은 팬이 지방시나 생로랑으로 고개를 돌리는 틈을 놓치지 않은 다니엘 리의 테일러링 손길은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즐거움과 기쁨, 욕망과 아름다움 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컬렉션의 목표를 두고 보면 이미 정답은 모두 그가 보여준 셈이다.
◇강인하지만 우아한, 날카로우면서도 편안한 여성상을 지향하다
이번 시즌 여성 컬렉션은 1960년대 아이코닉한 이탈리아 여배우인 모니카 비티 등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이탈리아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프리폴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U자형 네크라인은 좀 더 강렬한 여성상을 나타내기 위해 스퀘어 라인을 변형됐고, 레더 드레스는 볼륨감을 한껏 세운 여성스러운 실루엣 의상과 어우러졌다. 보테가 베네타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인트레치아토는 가죽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마법을 건 듯했다. 레이저 커팅된 가죽을 장인의 손길을 엮은 외투에 스포티한 느낌의 아우터를 겹쳐 입는 다든지, 퀼팅, 몰딩 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빈틈없는 세련됨에 새로움을 더했다. 스와로브스키 주얼 디테일이 가미된 1980년대 화려한 펑키 무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상 못지 않은 변화를 보인 건 핸드백 등 액세서리. 1970년대 이탈리안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페일 블루, 페일 화이트 등의 컬러를 사용한 핸드백을 비롯해 레이저 커팅한 나파 가죽 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엮어 마치 풍성한 컬(curl)처럼 연출한 '파우치 핸드백'이 눈길을 끌었다. 또 시가렛 박스에서 영감을 받은 핸드백은 주얼리 제작의 특수 몰딩 기법을 사용한 금빛 잠금장치를 장착해 절제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뿜었다. 또 문구류를 보관하는 캐비닛에서 영감 받은 가방은 남성용 타킷을 기본으로 하지만 여성모델이 들어 대조적이면서도 시각적인 긴장감을 표현했다.
◇청춘을 만난 클래식…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남성상을 창조하다
대조적인 소재와 스타일의 조화는 주로 여성복을 디자인했던 다니엘 리가 남성 부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킨 자리였다. 컴팩트한 더블 울 소재와 여리여리한 오건디 혹은 실크 소재를 더하거나 클래식한 테일러드 재킷과 묵직한 바이커 부츠를 매치하는 듯 예외적인 요소를 선보였다. 최근 다니엘 리가 빠져 있다는 바이커 스타일과 자동차에서 영감 받은 장치들이 곳곳에 선보이며 마치 '청춘'에 머물러 있으려 하는 젊은이들의 군상이 브랜드에 에너지를 심어 넣었다. 바이커나 매트릭스 스타일은 여느 브랜드에서도 수없이 반복된 문법이지만, 절제된 감각과 만나면서 마치 미슐랭 3스타 정찬에 선보인 예술적인 플레이트 같은 감성을 전달했다.
미니멀리즘을 닮은 무결점 엘리트를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재킷은 아우터 포켓을 제외해 더욱 슬림하면서도 길어 보이게 했다.
풍성한 턱 주름으로 입체적인 실루엣을 살린 팬츠는 최근 풍성함을 강조하는 하의 트렌드를 더욱 강렬하게 강조했고 은은하게 속이 비치는 오건디 소재와 함께 섹시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시즌 선보인 케이프 스타일 재킷은 해외 전문가들이 앞다퉈 찬사를 보낸 스타일. 남성복은 입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니트의 경우 라운드 넥이나 풀오버로 착용할 수 있게 했고, 스누드(느슨한 망 같은 스타일) 디테일은 목 뒤로 넘겼을 때는 U자형 네크라인의 니트웨어로 변신한다. 투박하고 청키한 부츠는 남성미와 여성성을 교차하며 반전의 재주를 부렸다.
다니엘 리는 쇼 뒤에 기자들과 만나 긴장과 고민을 함께 풀어놨다.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을 보게 돼서 반갑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그는 "듣고 싶었던 말"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시대를 여는 수줍고 대담한 입맞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