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이게 다 '손맛' 때문이다. 섬섬옥수 고이고이 한땀한땀 장인들의 솜씨는 그저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 위한 눈요기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패션계에서 다시 '오트 쿠튀르(최고급 맞춤복)' 바람이 부는 건 인간이 고뇌하며 써 올린 인고의 '손맛'을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최근 파리에서 열린 오트 쿠튀르쇼. 샤넬을 비롯해 지방시, 발렌티노, 지암바티스타 발리, 발맹, 디올, 빅터앤롤프, 마르지엘라 등 '쿠튀르 장인'이라 불릴 만한 브랜드들의 런웨이가 채워지기 무섭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엔 '옷' 그 이상의 작품 같은 쿠튀르 의상들이 바로바로 올랐다. 이번 시즌은 날렵한 재단에 한층 풍성한 러플과 과장된 라인으로 상상 그 이상을 그렸다. 그동안 작은 공방에서 수십년간 구슬을 꿰고, 매듭을 잇고, 깃털을 꿰매는 수작업 장인들의 솜씨는 존경할 만했지만, 일반인들에겐 먼 이야기 같기도 했다. 말하자면, '입을 수 없는 옷이 무슨 소용이람'이랄까. 치렁치렁한 장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쿠튀르적인 느낌은 더해갔고, 드레스를 넘어 갑옷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건 다 핑계일 수도 있다. 가격부터 보통 사람들에겐 좀처럼 범접할 수 없으니까.
쿠튀르 정신은 높이 사도, 새로운 창의력 면에서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었다. 러플을 덧대고, 한층 풍성하게 보석으로 수놓는 건 마치 신데렐라 무도회에 나온 의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니까. 그 사이 기성복 런웨이는 일명 '길거리 패션'이라는 스트리트 풍 의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닝복에서 요가복 스타일, 운동장인지 길거리인지 파티장인지 힙합 댄스 선발대회장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 스타일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예를 들자면 어제까지 3만원 주고 샀던 스웨트 셔츠라도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가 디자인하면 비슷한 모양임에도 3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뛴다. 그러다 해외 유명 럭셔리브랜드와 협업이라도 하면 그 가격에서 두배 세배는 보통, 만약 한정판이라면 많게는 열배 되는 가격으로 살 각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일반 기성복 컬렉션에서도 점차 쿠튀르 감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계로는 대체될 수 없는 온기를 쿠튀르에서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창의력 영역까지 AI(인공지능)이 위협하고 있는 게 요즘 실정이다. 온라인 패션숍인 육스는 AI가 디자인한 신발을 팔겠다고 밝혔다. 이미 쇼핑업계에선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퍼스널 쇼퍼'를 대신해 사람들의 취향을 대신 골라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이젠 클릭할 필요도 없이 목소리를 인식하는 음성인식 상거래(voice commerce)가 2020년엔 12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 등 음성 인식 서비스가 내년이면 온라인 서치 기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 쿠튀르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수많은 장인의 공동 작업이 일궈낸 유일무이한 아트피스로 차별화된다. 치렁치렁하지 않아도 여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보완하는 손기술이 만들어낸 테일러링(재단)의 아름다움은 기계가 따라하기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을 더욱 헵번스럽게 만든 위베르 지방시의 무결점 리틀 블랙 드레스를 떠올려보자. 1㎜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미학이 구현된 의상은 요즘도 쿠튀르의 교본으로 불린다. 여전히 쿠튀르는 의상보다는 작품에 가까울 수 있다. 이런 돈만 쓰는 쇼를 왜 하느냐는 반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만, 그 수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감으로만 지어낼 수 있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걸작'이라고 부른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오트 쿠튀르쇼. 샤넬을 비롯해 지방시, 발렌티노, 지암바티스타 발리, 발맹, 디올, 빅터앤롤프, 마르지엘라 등 '쿠튀르 장인'이라 불릴 만한 브랜드들의 런웨이가 채워지기 무섭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엔 '옷' 그 이상의 작품 같은 쿠튀르 의상들이 바로바로 올랐다. 이번 시즌은 날렵한 재단에 한층 풍성한 러플과 과장된 라인으로 상상 그 이상을 그렸다. 그동안 작은 공방에서 수십년간 구슬을 꿰고, 매듭을 잇고, 깃털을 꿰매는 수작업 장인들의 솜씨는 존경할 만했지만, 일반인들에겐 먼 이야기 같기도 했다. 말하자면, '입을 수 없는 옷이 무슨 소용이람'이랄까. 치렁치렁한 장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쿠튀르적인 느낌은 더해갔고, 드레스를 넘어 갑옷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건 다 핑계일 수도 있다. 가격부터 보통 사람들에겐 좀처럼 범접할 수 없으니까.
쿠튀르 정신은 높이 사도, 새로운 창의력 면에서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었다. 러플을 덧대고, 한층 풍성하게 보석으로 수놓는 건 마치 신데렐라 무도회에 나온 의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니까. 그 사이 기성복 런웨이는 일명 '길거리 패션'이라는 스트리트 풍 의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닝복에서 요가복 스타일, 운동장인지 길거리인지 파티장인지 힙합 댄스 선발대회장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 스타일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예를 들자면 어제까지 3만원 주고 샀던 스웨트 셔츠라도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가 디자인하면 비슷한 모양임에도 3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뛴다. 그러다 해외 유명 럭셔리브랜드와 협업이라도 하면 그 가격에서 두배 세배는 보통, 만약 한정판이라면 많게는 열배 되는 가격으로 살 각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일반 기성복 컬렉션에서도 점차 쿠튀르 감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계로는 대체될 수 없는 온기를 쿠튀르에서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창의력 영역까지 AI(인공지능)이 위협하고 있는 게 요즘 실정이다. 온라인 패션숍인 육스는 AI가 디자인한 신발을 팔겠다고 밝혔다. 이미 쇼핑업계에선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퍼스널 쇼퍼'를 대신해 사람들의 취향을 대신 골라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이젠 클릭할 필요도 없이 목소리를 인식하는 음성인식 상거래(voice commerce)가 2020년엔 12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 등 음성 인식 서비스가 내년이면 온라인 서치 기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 쿠튀르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수많은 장인의 공동 작업이 일궈낸 유일무이한 아트피스로 차별화된다. 치렁치렁하지 않아도 여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보완하는 손기술이 만들어낸 테일러링(재단)의 아름다움은 기계가 따라하기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을 더욱 헵번스럽게 만든 위베르 지방시의 무결점 리틀 블랙 드레스를 떠올려보자. 1㎜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미학이 구현된 의상은 요즘도 쿠튀르의 교본으로 불린다. 여전히 쿠튀르는 의상보다는 작품에 가까울 수 있다. 이런 돈만 쓰는 쇼를 왜 하느냐는 반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만, 그 수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감으로만 지어낼 수 있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걸작'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