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지고 화려해지고… 패딩, 가성비·컬러를 입다
입력 2018.11.23 03:00 | 수정 2018.11.23 11:18

[윤남매의 럭셔리 토크]

딱 10년 전이다. 패션의 거리 서울 청담동에 '어깨'들이 등장했다. 영화 속 "형님"이라 외치며 90도 각도 절을 하는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셰린 타이어 로고가 길거리로 뛰쳐나온 듯, 빵빵하게 울룩불룩한 볼륨의 패딩을 걸쳐입은 이들이 거리를 채워나갔다. 굴러다니는 게 차라리 편할 것 같은 에나멜 광택의 몽클레르 패딩이 유행처럼 번지자, 너도나도 번쩍번쩍한 고가의 패딩을 경쟁처럼 입어댔다. 그 당시 청담동 중에서도 패셔니스타로 유명했던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의 의상도 당연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서 그가 선택하는 건 곧 유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몽클레르 인기의 불을 지피는데도 분명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받는다. 그랬던 그가 몽클레르와 함께 유니클로 패딩도 종종 입는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 덕분인지 청담동에 또 유니클로 열풍이 불었다. 가성비 좋은 아이템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인기를 좌우하는 '스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대표에게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외투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 한국 길거리를 뒤덮은 롱패딩 열기가 지속될 지부터 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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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다채로운 색상에 한층 기능을 강화한 가성비 제품이 눈길을 끈다. (사진 왼쪽부터)펜디의 로고가 강조된 ‘펜디 마니아 캡슐 컬렉션’. 사탕같이 청량한 색감이 돋보이는 캐나다 구스의 ‘어프로치 재킷’. 배두나 패딩으로 유명한 코오롱스포츠 ‘안타티카’ 롱다운. 이번 시즌 새롭게 해석된 몽클레르 지니어스 라인 중 ‘3 몽클레르 그레노블 컬렉션’. / 펜디·캐나다구스·헤드·몽클레르·코오롱스포츠 제공

최보윤(이하 최) : 수능 한파도 없이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지네요. 올해도 또 롱패딩 김말이 패션이 계속될까요?

정윤기(이하 정) : 겨울이 점점 길어지잖아요. 올해도,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입을 수 있는 가성비에 품질까지 갖춘 제품은 하나쯤 마련해도 좋을 거 같아요. 롱패딩·롱코트의 열기가 식을 것 같진 않은데, 대신 색상이나 디자인이 굉장히 다양해 졌어요. 펜디가 내놓은 캡슐 컬렉션의 패딩 재킷이나 숏패딩이 대표적이죠. 노비스 같은 경우는 한국만을 위핸 셀린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물론 요즘같이 경제가 팍팍한 시대에 무얼 또 사라고 말하기도 미안해지긴 하지만요

: 지난해 김말이 패션이라 우스운 애칭이 붙긴 했지만 검은색이나 흰색 같은 단색 외에 컬러풀한 색깔에 도전하기는 좀 어렵게 느껴져요.

: MSGM의 체크 다운 코트나 캐나다구스의 신제품 어프로치 라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에요. 빨강, 파랑 같은 원색에서 핑크, 주황같이 팝시클 색상을 보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죠. 어프로치 같은 경우는 에베레스트 등반할 때 눈에 잘 띄기 위해 밝은 색상을 쓴 거라고 해요. 우중충하고 우울감이 도는 회색빛 도시에 의상 하나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의 '소확행'이 아닐까요?

: 겨울이면 자꾸 살이 찌는 거 같아 어두운 색만 손에 갔는데, 오히려 펑키한 감각이 돋보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때가 탈까 봐 걱정도 돼요. 비싸게 주고 샀는데 몇번 입고 장롱 속에서 또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건 왠지 억울할 것 같거든요.

: 요즘 소비자들을 보면 온·오프라인 가격에서부터 제조사나 크고 작은 디테일 차이까지 꼼꼼하게 비교해서 구매하시더라고요. 요즘엔 유통채널도 다양화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해외 가격 정보까지 비교할 수 있으니 말이죠. 옛날처럼 '비싸면 잘 팔린다'는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 같아요.

: '호갱님' 시대와는 점점 이별할 수 있겠군요!

: 헤드가 CJ오쇼핑의 셀렙샵과 손잡고 선보이는 '선미 롱다운'이 좋은 예이죠. 구스다운 솜털이 80% 이상 충전재로 들어가 고품질 프리미엄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요. 코오롱스포츠의 안타티카도 우주항공 소재를 이용해 보온성을 강화했지요.

: 이번 시즌엔 지갑 좀 단속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다 '소확행'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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