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로렌 50주년, 랄프로렌 인터뷰
50주년 행사와 관련해 당신에 대한 많은 기사를 읽었다
'스트리트부터 클래식까지 모든 스타일의 제왕(king)' 이라는 평가였다
"내가 왕이다! 그래, 그걸로 됐다! 하하."

―50주년이 당신에게 무얼 의미하는가.

―당신을 이 자리까지 이끈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 자신에 대한,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다. 난 내가 무얼 원하고 하고 싶은지, 내 감정에 대해 항상 솔직하게 표현해왔다. 넥타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고, 이를 또 상품으로 반영하면서 점점 나의 삶이 확장됐다.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이 나를 현재로 이끌었다."
―패션은 정말 경쟁이 치열한 전쟁터다. 적들이 항상 도사리는.
"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난 상대에게 오리지널리티가 있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며, 그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정말 존중한다. 물론 옳은 길을 가지 않는다면 다른 얘기지만. 난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한다."
―쉴새 없이 일한다. 워커홀릭인가.
"전혀. 삶을 사랑하고, 장난감을 좋아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 것뿐이다. 패션은 우리가 무얼 하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반영이다. 난 장난감을 사랑한다. 말론 브랜도같이 핸섬하고 멋진 역할과 캐릭터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는 건 마치 꿈에서도 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창문이 눈앞에서 열리는 것 같았다. 말 위에 앉은 주인공이 존 웨인이 아니라 나이고, 영화 속 홈런 타자가 바로 나인 것이다. 내 디자인은 내가 그간 꿈꿔왔던 것처럼 사람들이 꿈꾸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온다. 배트맨을 보라! 내가 배트맨이다. 내가 바로 브루스 웨인이다. 핸섬하고 쿨하지 않은가? 하하"
―랄프 로렌 매장을 처음 열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50년간 매일이 시작이고 또 변화였다. 세상이 항상 똑같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브랜드에 내 이름이 더해지고, 사람들이 내 옷에서부터 인테리어, 레스토랑까지 즐기는 걸 보면서 패션과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느낀다. 회사란 건 비전과, 목소리를 담고 자신만의 철학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만약 허울 좋게 허위로 무언가를 꾸민다면 그 회사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로 고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순간은 언제였나?
"아마도, 50주년 기념 패션쇼의 밤? 내가 정말 꿈꿨던 순간이고 바라왔던 것들이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멋진 옷차림과 그들의 웃음…. 당신도 참석했다고 들었는데, 현장에 있어보니 어땠는가?"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날 당신과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여기 휴대폰에 담겼다.
"멋진 장면이군! 당신 옆에 있는 내 모습이 굉장히 멋지고 꽤 좋아 보인다. 하하"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되돌아 가보고 싶은가. 영화 '백투더퓨처'처럼 말이다.
"글쎄. 가장 잘 생겨 보이는 때로? 하하. 난 언제나 젊고, 건강하고, 에너지 넘친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앞을 바라본다. 전진하면서 더 많이 이루고자 해왔다."
―후회한 적은 없는가? 어떻게 앞만 보고 전진하는 게 가능한가. 미래는 불분명한데.
"후회란 건, 물론 몇번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 좋다. 미래는 결코 명확할 수가 없다. 전혀 알 수 없는 게 미래이기 때문에 네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거를 걱정하고 그 과거 속을 달리는 게 아니라 지금에 집중하고 내 앞에 무엇이 있는가 발을 디뎌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있어도 실현되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좌절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경제 불안 요인도 많다.

"누구에게나 삶이란 힘든 부분이 있다. 회사에 못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간들 기분 좋지 않는 상황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면 굳건하게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스스로를 더 믿어라. 재능이 있다면 꼭 그 재능을 발휘할 공간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난 부유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무일푼에서 시작했다. 무엇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없었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타이밍, 운, 결단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말한다.
"타이밍, 운 이런 것들도 모두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네가 타이밍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나아갈지 네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기회가 오는 것도 알아챌 수 있다. 넥타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을 때 난 아이디어가 있었고, 때를 기다렸다."
―모범적인 가정으로도 유명하다. 유명인들의 가정이 모두 건강한 건 아니다.
"물론 삶이 항상 쉬운 건 아니다.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부모님이 우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나에게 부모님은 인생의 롤 모델이자 멘토였다.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고, 나도 아내 리키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녀가 자유롭게 커 나갈 터전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자녀들은 부모 자신의 표현이며 부모들의 꿈이다."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무언가.
"난 내가 항상 누구인가 생각하며 살았다. 사람들을 존중했고, 그들도 나를 존중하며 좋은 이야기들을 해줬다. 무언가 좋은 걸 하면 당신에게 항상 좋은 게 돌아오게 된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주문(mantra) 같은 게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다면?
"맨트라는 없다. 하지만 아침에 거울 속 나를 본다면…. 좀 더 멋져 보이고 싶군! 낮에 내 모습은 꽤 괜찮다. 하하."
―당신의 60주년은 어떨 것 같은가.
"그때도 정말 핸섬했으면 좋겠다. 쿨하고 싶다."
―50주년 행사 때 당신은 청바지를 입었는데. (이날 드레스코드는 '블랙타이(턱시도)'였다.)
"단순한 턱시도 슈트 보다는 턱시도 재킷에 진, 부츠 같은 걸 입는 게 더 드레시해보인다고 생각해왔다. 오래전부터 시도해왔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가 그날 나 멋지지 않았는가? 물론 다음번엔 또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50주년 행사와 관련해 당신에 대한 많은 기사를 읽었다. 'RL93' 등 90년대 당신이 내놓았던 많은 아이템이 그때도, 지금도 특히 유행하는 스트리트 웨어의 상징이었다. 당신은 스트리트 의류의 선구자로 꼽힌다. 슈프림의 제비아 CEO 역시 당신을 존경하고 추종했으며,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가리키는 '로 라이프(Lo life)'란 단어도 생겼다. '스트리트부터 클래식까지 모든 스타일의 제왕(king)'이라는 평가였다.
"내가 왕이다! 그래, 그걸로 됐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