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unway
"많은 여성들이 그러하듯 나는 '무엇을 어떻게 입을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들어내는 나의 스타일이 정치적 관점에서도 큰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입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가 1993년 쓴 회고록 'The Downing Street Years'에 담긴 이야기다. 마가렛 대처에게 옷이란 멋을 위한 장치가 아닌 정치적 도구였다. 마침 그녀의 임기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로, 패션계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파워 드레싱'이 인기를 끈 시기다. 대처 역시 파워 드레싱에 주목했다. 그런데 대처는 본인을 남자 같은 모습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진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파워숄더 재킷 속에 리본 블라우스를 입고, 커다란 진주 귀고리를 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역시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어떠한 룩을 선택하든 힐러리가 가장 애용한 액세서리는 오버사이즈 진주 목걸이와 진주 귀고리였다. 사람들은 힐러리의 진주를 두고 'Power Pearls'라 불렀다. 그녀의 파워풀한 리더십과 진주의 크기를 염두에 둔 중의적 표현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서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의 귀에도 진주 귀고리가 있었다. 우리나라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한복이 아닌 원피스에 재킷 차림으로 참석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서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의 귀에도 진주 귀고리가 있었다. 우리나라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한복이 아닌 원피스에 재킷 차림으로 참석했다.

진주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2300년 전, 중국의 왕족들은 사랑의 증표로 진주를 선물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 와인(식초)에 진귀한 진주를 넣고 녹여 세상에서 제일 비싼 술을 대접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값비싼 보석 하나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대범한 여자라는 점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헤라의 귀에서 반짝이고 있는 3개의 진주를 노래했고, 베르메르는 크고 아름다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그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를 탄생시킨 화가라는 명예를 얻었다. 4000년이 넘는 역사다. 다른 광물 보석들과는 달리 생명체가 만들어낸 둥근 형태에 은은하고 불투명한 우윳빛 컬러가 더해져 오랜 기간 변함없이 우아함과 여성스러움, 고귀함의 상징으로 사랑받아온 일관된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진주는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트렌디한 보석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세기 초 양식 진주가 도입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대중적인 보석이 되었고, 코코 샤넬이 값싼 모조 진주로도 근사한 주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긴 했지만 중년 여성에게 어울리는 우아하고 올드한 보석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2010년 전통 있는 진주 브랜드인 타사키가 디자이너 타쿤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초빙했고, 타쿤은 록 무드를 불어넣은 볼드한 진주 주얼리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 디올 하우스에서도 서로 다른 크기의 진주 2개를 이어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진주 귀고리를 내놓았다. 어느 순간 전 세계 젊은 패션 피플들은 진주를 걸치기 시작했고, 디자이너들 역시 젊은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진주 주얼리를 폭발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시즌의 컬렉션을 살펴보자면 아쉽게도 진주는 액세서리 트렌드의 주인공은 아니다. 최근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주얼리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거대한 사이즈의 '무대용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물론 패션쇼와 상관없는 패션 하우스들의 커머셜 라인에서 진주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진주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든 여성들이 사랑하는 보석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 모던하게 재해석한 진주를 내놓으려 한다. 나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진주 주얼리를 만들려 한다." 지금의 진주 트렌드를 만든 일등공신 타쿤의 이야기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진주는 청바지와 티셔츠에 매치해도 어울리고, 기존의 심플한 디자인의 진주는 여성 리더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커트 슈트나 팬츠 슈트에 매치하기 좋다. 시대와 시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우아한 매개체, 그것이 바로 지금의 진주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진주는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트렌디한 보석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세기 초 양식 진주가 도입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대중적인 보석이 되었고, 코코 샤넬이 값싼 모조 진주로도 근사한 주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긴 했지만 중년 여성에게 어울리는 우아하고 올드한 보석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2010년 전통 있는 진주 브랜드인 타사키가 디자이너 타쿤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초빙했고, 타쿤은 록 무드를 불어넣은 볼드한 진주 주얼리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 디올 하우스에서도 서로 다른 크기의 진주 2개를 이어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진주 귀고리를 내놓았다. 어느 순간 전 세계 젊은 패션 피플들은 진주를 걸치기 시작했고, 디자이너들 역시 젊은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진주 주얼리를 폭발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시즌의 컬렉션을 살펴보자면 아쉽게도 진주는 액세서리 트렌드의 주인공은 아니다. 최근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주얼리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거대한 사이즈의 '무대용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물론 패션쇼와 상관없는 패션 하우스들의 커머셜 라인에서 진주는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진주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든 여성들이 사랑하는 보석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 모던하게 재해석한 진주를 내놓으려 한다. 나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진주 주얼리를 만들려 한다." 지금의 진주 트렌드를 만든 일등공신 타쿤의 이야기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진주는 청바지와 티셔츠에 매치해도 어울리고, 기존의 심플한 디자인의 진주는 여성 리더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커트 슈트나 팬츠 슈트에 매치하기 좋다. 시대와 시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우아한 매개체, 그것이 바로 지금의 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