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리지널리티
입력 2017.07.20 15:54

[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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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캠페인 광고 장면. 아이다스의 상징인 ‘삼선’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②·③ 샤넬 2017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소재의 의상을 다양하게 변용했다. ④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한 장면. 지방시의 블랙 드레스가 화제였다./아디다스·샤넬 제공
새벽에 자주 깨는 편이다. 피곤한 몸을 소파에 겨우 누이고 TV 리모컨을 만지작대다 잠이 드는 게 일상이라, 몇번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TV를 다시 켜게 된다. 까만 밤, 흘러간 영화나 놓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나 혼자만의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도 든다. 별다를 것 없이 지루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중이었다. 갑자기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스톱모션 영화인 듯, 미디어아트인듯, 뮤직비디오인 듯 몽환적인 장면에 시선을 뺏겨버렸다. 순식간에 지나갔는데도 어느새 꼿꼿한 자세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새겨지는 한 문장. 'Original is never finished.(오리지널은 끝나지 않는다·오리지널리티, 그 무한한 진화)'

머리가 띵했다. 이렇게 신선한 충격이라니!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이라는 광고 문구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더니 이번은 전율, 그 이상이었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요즘 젊은 층이 가장 사랑하는 '혁신적인 패션 브랜드'로 진화한 '아디다스'의 선전포고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리지널' 그 자체가 눈에 띄었다.

구글로 바로 검색하고 유튜브를 몇번이고 돌려봤다. 결국 하얗게 밤을 지새워버렸지만 여러 자료를 보면서 해외 팬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사람들이 '오리지널'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도 느끼게 됐다. 오리지널은 원래부터 있던 것 혹은 복제품이 아닌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뜻한다. 고흐나 렘브란트의 오리지널 명화를 떠올리면 쉬울 듯하다. 하루 지나면 비슷비슷한 느낌의 브랜드가 쏟아져나오는 요즘, 결국 살아남는 건 '독창성(Originality)'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오리지널, 이란 단어를 볼 때 떠오르는 브랜드는 몇이나 될까? 혁신적이면서도 창조성을 지닌 제품 말이다. 그 '작품' 이후로 수많은 복제품이 존재한다면, 그 근원이 되는 제품이 바로 오리지널 아닐까. 마치 '원천기술'처럼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여성을 떠올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몸을 옥죄는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다. 지금은 '클래식'의 대명사일지는 몰라도 당시로써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활동적인 여성상을 그렸던 그는 재킷을 뻣뻣하게 하는 어깨 패드와 심을 제거했고, 움직임이 편하도록 소매 안쪽까지 유연하게 재단했다. 비슷한 디자인에 같은 소재를 쓴다 해도 소매 안쪽까지 섬세하게 계산한 디테일에서 품격이 갈린다.

샤넬의 '블랙 드레스'는 과거 상복에나 쓰였던 검은색을 패션의 중심으로 가져온 계기가 됐다. 이는 여러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영감을 줬는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입고 나온 지방시의 드레스가 바로 그런 예다. 존 하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최근에 낸 책 '이토록 황홀한 블랙'(위즈덤하우스)을 보면 검은색은 기존 체제에 도전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개척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20세기 들어 여권 신장을 위한 투쟁의 방식으로 블랙 드레스가 급부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은 천 조각일 뿐인데, 옷에 무슨 의미를 그렇게나 부여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중산층 여성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쇼핑할 권리'를 획득했기 때문이란 역사적 사실을 두고 보면 패션의 혁신성이 얼마나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샤넬 같은 사람이 그 당시에만 존재하라는 법은 없다.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당신만의 오리지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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