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1년간 영국 단기 특파원으로 일했던 지난 2006년,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최보윤씨, 혹시 OO7 영화 좋아하나? 주연 배우 인터뷰가 있는데…." 특파원이 아니었더라도, 영화를 잘 몰랐더라도 이건 무조건 가야 했다. 최고의 첩보물 시리즈로 꼽히는 명작 중 명작을 안 봤을 리가 없었고, 게다가 남성미의 상징인 제임스 본드를 만난다니! 로저 무어, 숀 코너리, 피어스 브로스넌 등 'OO7 시리즈'의 배우들은 그야말로 영국의 자존심이자 세계적인 스타 중 스타였다.
새롭게 본드 자리를 차지한 이는 대니얼 크레이그. 정통파 신사 이미지와 달리 다소 거친 듯한 입매와 깊은 눈빛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한껏 꾸며 입었을 줄 알았는데 그는 대충 입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마르지엘라 브랜드 같은 최신 스타일을 추구한 것인지, 소박하게 오래 입어서 그런 건지 군데군데 구멍도 나있었다. '영화 속 섹시했던 크레이그는 어디 간 거야!'
그랬던 생각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딱 달라붙은 셔츠 위로 가슴 근육이 펄떡거리며 그와 호흡을 같이했다. 본드에 대한 애정으로 영화사를 읊으며 정치, 경제를 넘나들며 시사 이야기까지 담는 모습에선 박학다식이 넘쳐 흘렀다. 요즘 유행하는 '뇌섹남'이 바로 그였다.
초영웅적인 본드에서 인간미 넘치는 본드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야기가 한창 고조된 순간 테이블 밑에 '얌전히' 있던 그의 손이 하늘로 솟았다. 단단한 근육이 굽이굽이 물결 치듯 어깨에서 팔뚝, 손목으로 이어졌다. 펄떡이며 툭 뛰어나온 핏줄이 시선을 끌었다. "최고의 본드 영화가 될 거라"는 소리와 함께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듯 허공을 떠돌던 그의 손이 테이블 위로 '텅' 하는 소리를 치며 내려왔다. 그의 손목을 감싸는 것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메가의 시계였다. 그 이후로 남자의 손목을 흘끔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섹시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단정함을 보이는 오메가에서 제임스 본드가 느껴지듯, 시계는 그 남자의 성격과 취향을 예측하는 도구가 됐다.
당시는 몰랐는데 '007 골든아이'(1995)에서 본드가 처음으로 오메가 시마스터 시계를 차고 나온 이후 오메가 시계는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영화 의상 디자이너였던 린디 헤밍은 시마스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 "해군이자 다이버이자 이 세상 가장 신중한 신사인 본드 중령이 그 시계를 착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찾다 보니 헤밍이 떠올린 오메가와 영국 해군의 연결 고리는 실재했다. 1957년 처음 선보이며 전 세계 해군들에게 제공된 시계가 바로 시마스터 300이었던 것. 1967년에는 그 유명한 2세대 시마스터 300이 출시돼 곧바로 국방성에 전달됐다고 한다.
2017년은 본드에게 3번의 '생일'이나 마찬가지다. '007 두 번 산다'가 50주년,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40주년, '007 네버 다이'가 20주년을 맞았다. 각각의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공식 군복을 입고 등장했다.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오메가 '시마스터 다이버300m 커맨더스 워치'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오메가는 지휘관의 계급장과 영국 해군의 컬러인 레드·블루·화이트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커맨더스 워치'는 세련된 화이트 세라믹 다이얼, 각을 낸 블루 스켈레톤 시침과 분침, 반대편에 '007' 총 로고가 달린 레드 초침으로 장식됐다. 날짜 창 숫자가 모두 블루인 데 반해 7만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이날 선보인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은 7007피스 한정 생산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18K 옐로 골드 모델은 전 세계 7피스만 한정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NATO스트랩 디자인은 블루·레드·그레이의 줄무늬(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눈길을 끈다.
제품을 한참 보다 보니 잠시 눌러놨던 소유욕이 또다시 분출하려 한다.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게 있으니 말이다. 그 순간 수필가 피천득의 말이 불현듯 가슴을 누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새롭게 본드 자리를 차지한 이는 대니얼 크레이그. 정통파 신사 이미지와 달리 다소 거친 듯한 입매와 깊은 눈빛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한껏 꾸며 입었을 줄 알았는데 그는 대충 입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마르지엘라 브랜드 같은 최신 스타일을 추구한 것인지, 소박하게 오래 입어서 그런 건지 군데군데 구멍도 나있었다. '영화 속 섹시했던 크레이그는 어디 간 거야!'
그랬던 생각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딱 달라붙은 셔츠 위로 가슴 근육이 펄떡거리며 그와 호흡을 같이했다. 본드에 대한 애정으로 영화사를 읊으며 정치, 경제를 넘나들며 시사 이야기까지 담는 모습에선 박학다식이 넘쳐 흘렀다. 요즘 유행하는 '뇌섹남'이 바로 그였다.
초영웅적인 본드에서 인간미 넘치는 본드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야기가 한창 고조된 순간 테이블 밑에 '얌전히' 있던 그의 손이 하늘로 솟았다. 단단한 근육이 굽이굽이 물결 치듯 어깨에서 팔뚝, 손목으로 이어졌다. 펄떡이며 툭 뛰어나온 핏줄이 시선을 끌었다. "최고의 본드 영화가 될 거라"는 소리와 함께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듯 허공을 떠돌던 그의 손이 테이블 위로 '텅' 하는 소리를 치며 내려왔다. 그의 손목을 감싸는 것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메가의 시계였다. 그 이후로 남자의 손목을 흘끔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섹시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단정함을 보이는 오메가에서 제임스 본드가 느껴지듯, 시계는 그 남자의 성격과 취향을 예측하는 도구가 됐다.
당시는 몰랐는데 '007 골든아이'(1995)에서 본드가 처음으로 오메가 시마스터 시계를 차고 나온 이후 오메가 시계는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영화 의상 디자이너였던 린디 헤밍은 시마스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 "해군이자 다이버이자 이 세상 가장 신중한 신사인 본드 중령이 그 시계를 착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찾다 보니 헤밍이 떠올린 오메가와 영국 해군의 연결 고리는 실재했다. 1957년 처음 선보이며 전 세계 해군들에게 제공된 시계가 바로 시마스터 300이었던 것. 1967년에는 그 유명한 2세대 시마스터 300이 출시돼 곧바로 국방성에 전달됐다고 한다.
2017년은 본드에게 3번의 '생일'이나 마찬가지다. '007 두 번 산다'가 50주년,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40주년, '007 네버 다이'가 20주년을 맞았다. 각각의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공식 군복을 입고 등장했다.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오메가 '시마스터 다이버300m 커맨더스 워치'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오메가는 지휘관의 계급장과 영국 해군의 컬러인 레드·블루·화이트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커맨더스 워치'는 세련된 화이트 세라믹 다이얼, 각을 낸 블루 스켈레톤 시침과 분침, 반대편에 '007' 총 로고가 달린 레드 초침으로 장식됐다. 날짜 창 숫자가 모두 블루인 데 반해 7만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이날 선보인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은 7007피스 한정 생산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18K 옐로 골드 모델은 전 세계 7피스만 한정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NATO스트랩 디자인은 블루·레드·그레이의 줄무늬(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눈길을 끈다.
제품을 한참 보다 보니 잠시 눌러놨던 소유욕이 또다시 분출하려 한다.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게 있으니 말이다. 그 순간 수필가 피천득의 말이 불현듯 가슴을 누른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