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찾은 스위스 미도 CEO 프란츠 린더

최근 서울에서 열린 UIA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프란츠 린더 미도 CEO를 만났다. 미도에서만 22년을 근무했다는 그는 스스로를 "미도 박물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도 DNA로 가득 차 있었다.

“1918년 조지 샤렌에 의해서 창립된 미도는 내년이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뿌리 깊은 브랜드다. 브랜드가 세워졌을 초반엔 건축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 연구하게 되고 미도의 철학인 혁신과 뛰어난 퀄리티, 타임리스와 가장 연관된 것이 무언가 찾게 됐다. 그게 바로 건축이었다. 1934년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감성을 담아낸 ‘멀티포트’를 시작으로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받아 견고한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우아한 감성을 재연한 ‘올 다이얼’과 파리 에펠탑의 아름다운 곡선과 사선의 매력을 모티브로 한 ‘커맨더’ 등을 선보였다. 시계와 건축, 둘을 연결시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메시지를 좀 더 명확하고 섹시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미도는 시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배터리나 전기 같은 것 없이 내부 동력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이면서 정확성에 방해를 주는 금속 소재 대신 실리콘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은 파텍 필립, 오메가 같은 고가의 브랜드가 채택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80시간까지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모델도 선보였다. 스위스 최대 시계 그룹인 스와치에 속해 있는 것이 업계 리더로서 혁신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또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지금 이익을 잔뜩 내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가려고 한다.”

―휴대폰이 시계를 대체한 지 오래다.
“솔직히 말해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상당히 긴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클래식하면서도 영원불변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높이 평가하고, 대를 물려 사용해도 거뜬할 만큼 정확성과 안정성 면에서 인정받긴 했지만 애플 같은 첨단 기기 브랜드는 시즌별로 신제품을 쏟아내며 소비자를 사로잡지 않는가! 하지만 얼마 안 가 이는 기우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둘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스마트 워치가 나온다 한들 IT 계통은 가격과 첨단 개발이 브랜드의 핵심이다. 하지만 시계 분야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미학과 감성을 건드리는 디자인으로 스토리를 담아내는 도구다. 게다가 스마트 기기들은 배터리가 다 되면 끝이지만 우리 같은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는 계속 돌아 시간을 가리킨다.”
―좋은 시계란 무엇인가.
“그 브랜드의 유산(legacy)을 잘 담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메가 같은 브랜드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도 ‘씨마스터’ 시리즈같이 누구든지 알아볼 수 있는 제품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도 1959년 론칭한 커맨더 시리즈를 비롯해 밀라노의 ‘갤러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 II’에서 영감을 받은 바론첼리 등 건축에서 영감받은 6개의 라인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바론첼리 같은 경우는 이번 UIA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인 이토 도요에게 수여하기도 했다.”
―당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는?
“바론첼리다. 매우 얇으면서 클래식하고 어떤 의상과도 잘 어울린다. 미도 외에 어떤 브랜드 제품도 사 본 적 없다. 미도가 있는데 다른 그 무엇이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