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감정은 이성 뛰어넘어… 아름다움은 진실한 것"
입력 2017.10.19 15:18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인터뷰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인터뷰
레이날드 애슐리만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사진> 오메가 CEO는 언어의 마술사 같았다. 연극배우 같은 몸짓에 속사포같이 빠른 말투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어느새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Her time'이란 이름의 전시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 인권 향상에 시계가 궤를 같이한다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뷰는 그 이야기로 시작했다.

―여성에게 시계를 볼 자유를 선사한 것 같다.

"1920년 골드 소재의 '시크릿 워치'가 대표적이다. 시크릿 워치란 무얼까. 그 당시에는 교육받은 사람이나 여성이 시계를 보는 게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니 숨기고 다닐 수밖에. 우린 장신구 같은 시계를 고안해냈다. 여성이 어떻게 하면 더욱 자연스럽게 시간을 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100년이 흐른 지금은 제품을 마음껏 드러내는 시대다. 인권의 진보는 이처럼 시계라는 도구를 통해서도 읽을 수도 있다."

―오메가의 여성상은 어떤 것인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방금 매장을 나간 여성에게 물어보자. 왜 샀느냐고. 사치, 감정…. 맞다. 사치나 감정은 이성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오메가를 선택하는 여성은 내면의 우아함과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이란 진실한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감정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자신을 위해 뭔가를 획득한다는 것, 정말 멋지지 않은가. 과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선물은 종종 과시라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자신에게 주는 건 내면의 가치관에 기인하는 것이다. 행복이 수반된다. 자신의 성취를 반영하는 것이다."

―당신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지만 비밀은 말 못한다(웃음) 우리 비장의 무기는 당연히 비밀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고객을 경청한다. 인터넷으로, 인스타그램으로 단시간에 팔려고 시계를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는 아침에 커피나 차나 오렌지주스를 파는 게 아니고, 약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머리가 갑자기 아픈데 이걸 먹으라고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제품을 생산하고 고객이 이 감정을 느끼게 되면 바로 우리의 상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멋진 상품, 옳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에게 어떻게 도와드릴까 적극적으로 묻는다. 그래서 고객이 두렵지 않다. 이게 우리의 '무기'일 수 있을 듯하다. 무기라기보단 '진정한 성공의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이다."

―어떻게 고객을 붙잡는가.

"쉽지 않다. 정말. 고객을 끝까지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 제대로 된 분위기, 제대로 된 감정을 갖춰 고객이 끝까지 들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배분을 해서 제때를 잡는 게 중요하다. 반응만 한다거나 기회만 이용하면 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얼굴이기도 한 신디 크로퍼드의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한다. 제품을 찾는 여성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우리가 단순히 패션 브랜드인가? 아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방식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시간이 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산타클로스를 생각해 봐라. 애들은 그를 기다리고, 그가 오지 않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고객이 나가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지 모른다. 그 순간을 잡는 게 우리의 비밀스러운 전략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후원한다.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올림픽의 정신을 생각해 보라. 자국을 위해서 싸우는 건 매우 감정적인 일이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긍정적인 국가주의가 생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각 종목에 맞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압박감도 있다. 이 멋진 시계를 만드는 건 기술이기도 하지만 이런 정신이 바탕이 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