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도 좋지만 우리도 좀 편하게 살자고요
  • 최보윤
입력 2018.01.19 03:02

[최보윤·정윤기 윤남매의 럭셔리 토크]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김혜수 ,전지현, 고소영….
떴다 하면‘완판’인 스타들 뒤엔 항상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가 있다. 스타들의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스타일리스트이자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며 그 역시 스타가 됐다. 파리·밀라노 등 세계적인 컬렉션 쇼를 두루다니며 많이 보고 많이 사기도 하는 말 그대로 ‘큰 손’. 오감을 동원해 브랜드를 소화해내는 그가 앞으로 매달 패션의 맥을 짚어준다.

최보윤(이하 최) : 매년 이맘때면 올해의 트렌드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요. 이미 패션계에선 개성 중심주의다보니 유행이란 게 사라졌다고들 하는데도 또 유행이란 건 존재하더라고요.

정윤기(이하 정) : 팬톤 컬러에서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면 그게 대세로 떠오르죠. 패션 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모든 생활 전반에 이용되잖아요. 울트라 바이올렛이 벌써 대세에요.

: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화하기엔 색깔이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너무 쨍해서. 보라색이라는 게 굉장히 고귀하고 우아한 색깔이라 하지만 위아래 보라색을 입는다는 게 좀 어려워요. 마치 조선시대 재상들 의상 입는 듯 하달까.

: 보라색이 스펙트럼이 넓잖아요. 옅은 보라색부터 진보라까지. 피부가 하얀 사람이 소화하는 옅은 보라색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부담스러우면 가방, 벨트, 신발같이 소품에서 악센트를 주면 되죠. 왜 그렇게 고민해요. 남들 다 한다고 따라 해도 좋은 건 아니지만, 잘 할 수 있는데 안할 필요 없잖아요.

: 네온 컬러도 같이 유행한다는데, 버버리에서 네온 트렌치를 낸 게 10년 전인데 그걸 다시 꺼내 입어야 패셔니스타 소리 듣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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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 봄·여름 애슬레저룩이 반영된 루이비통. 2울트라 바이올렛이 강조된 베르사체. 3바이올렛과 애슬레저 룩이 돋보이는 발렌티노./인트렌드 제공
: 요즘엔 레트로(복고)가 뜨잖아요. 마치 어머니 옛날 옷장에서 갓 꺼내 입은 듯한 스타일이요. 하이스트리트 의상과 낡은 듯한 느낌의 빈티지 의상을 매치해 입으면 얼마나 멋스러운데요.

: 그러게요. 구찌에서 처음 '그래니(할머니)' 스타일을 들고 나왔을 때 '저게 무슨 짓인가' 했는데 요즘엔 그게 제일 먼저 눈이 가요. 요즘엔 또 신기한 게, 20년 전 루이비통, 프라다의 기본형 스타일에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요. 로고가 그대로 드러나고, 왠지 구식인 거 같은데도 그게 가장 전형적으로 멋스럽게 느껴져요.

: 원래 클래식이란 건 영원한 거잖아요. 최신 브랜드에 제왕 자리를 놓칠 것 같은 브랜드들이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어요. 브랜드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는 거죠. 무엇보다, 그렇게 덩치가 큰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혁신에선 또 가장 앞서 나가고 있어요. 루이비통하고 슈프림이 손잡은 걸 봐요. 최근 들어 가장 이상적인 협업이었죠.

: 오죽하면 뉴욕에서는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판매를 중단할 뻔한 해프닝도 있었다잖아요.

: 한정판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거에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최상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소장 가치 있고, 그때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죠. 평창 롱패딩도 그렇고. 나이키 조단 한정판이 대표적인 예이죠!

: 한정판이라는 것도 결국 시즌 지나면 하고 다니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시즌마다 물건을 내니까 몇 년 뒤면 철 지난 걸 들고 다니는 거 같아 꺼려진다던데.

: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달면 얘기가 달라지죠. 그 브랜드의 정수를 담고 있고, 더 이상 구할 수 없다고 들었을 때, 마치 세계적인 명화를 손에 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허락된 게 아니니까. 요즘엔 애슬레저 룩이 인기이니까,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한 게 최고예요.

: 옛날 같으면 몸통을 조이는 고통이 있더라도 이겨내는 게 패션이었는데, 지금은 편안해지라는 거죠? 다행이네요. 저도 체육복 입고 출근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 요즘엔 '셀프'가 중요해진 시대잖아요. 남들 눈치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자기가 가장 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죠. 세상 피곤한데 우리도 좀 편하게, 숨 쉬면서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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