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글로벌 마켓]
세계 럭셔리 주얼리·시계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자면 미국을 대표하는 티파니(Tiffany) 그룹과 프랑스의 까르띠에(Cartier) 등을 소유한 리치몬드(Richemont)를 들 수 있다. 티파니의 상징인 블루 박스나 까르띠에의 컬러인 붉은빛 상자는 사랑의 결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등 대중성과 예술성 두 가지 모두를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반(反)부패 운동이나 글로벌 경제 불안 등으로 럭셔리 업계가 휘청대면서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친 풍랑 속에 기업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 덕분인지 최근 들어 이들을 설명하는 지표 역시 눈에 띄게 나아졌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장 평가를 들여다보면 사뭇 차이가 난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을까. 최근 이들 기업의 전략을 바탕으로 현황을 짚었다.

"티파니가 빛을 잃었다"(로이터) "열심히 뛰었지만 성과는 아직" (영국 더 타임스) "우려가 실적을 무색게 했다" (시애틀 타임스)….
최근 한 주간 티파니를 향한 해외 언론의 반응이다. 지난해 4분기 순매출(net sale)이 9% 가까이 오르는 등 연이은 부진을 딛고 실적 호조를 보였지만 정작 주가는 5%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더 타임스 등은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1% 상승하긴 했지만 이는 월가의 예상치인 2.8%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럭셔리 시장을 주도하는 상징적인 브랜드였기에 차가운 시장 반응에 놀라는 건 오히려 소비자일지도 모르겠다. 선망과 열망이 만들어낸 럭셔리 업계일수록 브랜드 가치가 휘청댄다는 건 소유욕을 갉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 지방시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브랜드는 어쩌면 티파니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짐작하듯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지방시의 블랙드레스가 패션사(史)에 한 획을 긋긴 했지만, 그보다 더 뇌리에 각인된 건 주인공 홀리가 화려한 차림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커피와 빵을 들고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일 것이다. 커다란 검은 안경은 그녀의 얼굴 반을 덮었을 진 모르지만, 상류사회를 향한 그녀의 노골적인 욕망까지 가릴 순 없어 보였다. 티파니는 그 이상의 그 이상을 의미하는 하나의 갈망이었다.
그랬던 티파니에게 들린 단어는 부진, 또 부진이다. 여러 가지 혁신으로 1999년부터 16년간 장기집권하며 '보석 업계의 루스벨트'로 불리던 마이클 코왈스키 회장을 대신해 뒤를 프레드릭 쿠메넬은 CEO에 오른 지 2년도 채 안 돼 이사회로부터 해고당했다.
최근 한 주간 티파니를 향한 해외 언론의 반응이다. 지난해 4분기 순매출(net sale)이 9% 가까이 오르는 등 연이은 부진을 딛고 실적 호조를 보였지만 정작 주가는 5%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더 타임스 등은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1% 상승하긴 했지만 이는 월가의 예상치인 2.8%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럭셔리 시장을 주도하는 상징적인 브랜드였기에 차가운 시장 반응에 놀라는 건 오히려 소비자일지도 모르겠다. 선망과 열망이 만들어낸 럭셔리 업계일수록 브랜드 가치가 휘청댄다는 건 소유욕을 갉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 지방시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브랜드는 어쩌면 티파니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짐작하듯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지방시의 블랙드레스가 패션사(史)에 한 획을 긋긴 했지만, 그보다 더 뇌리에 각인된 건 주인공 홀리가 화려한 차림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커피와 빵을 들고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일 것이다. 커다란 검은 안경은 그녀의 얼굴 반을 덮었을 진 모르지만, 상류사회를 향한 그녀의 노골적인 욕망까지 가릴 순 없어 보였다. 티파니는 그 이상의 그 이상을 의미하는 하나의 갈망이었다.
그랬던 티파니에게 들린 단어는 부진, 또 부진이다. 여러 가지 혁신으로 1999년부터 16년간 장기집권하며 '보석 업계의 루스벨트'로 불리던 마이클 코왈스키 회장을 대신해 뒤를 프레드릭 쿠메넬은 CEO에 오른 지 2년도 채 안 돼 이사회로부터 해고당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해 7월 "중년의 위기를 겪는 티파니"라는 제목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친 티파니 내부 사정은 리더십의 부재와 저가 이미지에 허덕이는 현장 그 자체였다. 다정하고 동료애가 강한 코왈스키 회장에 비해 독단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쿠메넬의 지휘력은 사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티파니의 실버 제품은 한때 회사를 먹여 살리는 효자였지만 좀 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를 발굴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평이다. 2016년 신제품 판매 실적은 전체 10% 정도로 미미했다. 전통적 디자인에 매출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는데 미진했다는 해석도 된다. 식탁 위도 점령하겠다는 의지로 홈웨어를 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아주 새로운 행보도 아니다. 월스트리트는 "젊은 시절에야 저렴한 티파니 제품의 관심이겠지만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긴다면 다른 상표를 찾을 것이다. 까르띠에만 해도 중저가 제품은 찾을 수 없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인용했다.

티파니는 디젤과 불가리 혁신의 기수로 꼽히는 알레산드로 볼리올로를 CEO로 영입하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는 "기술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비주얼 머천다이징, 디지털과 매장 서비스 확대 등 모든 면에서 투자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사실상 브랜드 전반을 뜯어고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주인공 홀리는 티파니를 향한 자신의 수줍은 열망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나쁜 일도 거기선 일어나지 못해요(Nothing very bad could happen to you there)". 그녀의 명대사는 진정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숫자로 말하지 않는다.” 럭셔리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통용되는 수사다. 매출이나 매장 수, 판매 추이 같이 셀 수 있는 것을 셈하는 건 천박하다는 얘기다. 대신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지, 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높은 이상향에 어느 정도 접근하는지 혹은 수많은 사람의 땀과 고뇌가 담긴 장인 정신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언어놀음일 뿐. 숫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리치몬트 그룹은 이런 면에서 ‘숫자 관리’에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스위스 제네바를 기반으로 하는 리치몬트 그룹은 까르띠에·예거 르쿨트르·반 클리프 아펠·피아제·랑게 운트 죄네·바셰론 콘스탄틴·몽블랑 등 고급 시계·주얼리 브랜드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을 기반으로 정력적인 M&A를 통해 현재는 클로에·던힐·아제딘 알라이야 같은 패션 브랜드까지 손에 넣었다. 루이비통 등을 소유한 LVMH에 이어 기업 규모 세계 2위의 럭셔리그룹으로 떠올랐다.
리치몬트 그룹은 이런 면에서 ‘숫자 관리’에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스위스 제네바를 기반으로 하는 리치몬트 그룹은 까르띠에·예거 르쿨트르·반 클리프 아펠·피아제·랑게 운트 죄네·바셰론 콘스탄틴·몽블랑 등 고급 시계·주얼리 브랜드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을 기반으로 정력적인 M&A를 통해 현재는 클로에·던힐·아제딘 알라이야 같은 패션 브랜드까지 손에 넣었다. 루이비통 등을 소유한 LVMH에 이어 기업 규모 세계 2위의 럭셔리그룹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럭셔리 이커머스 업계를 주도하는 육스네타포르테(YNAC)를 향한 인수 초읽기에 들어갔다. 약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규모 인수로 최종 성사될 경우 급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앤 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럭셔리업계에서 온라인 매출이 현재 9%에서 2020년에 전체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계·보석 등 워낙 고가인데다 실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지갑을 열기 어려운 ‘하드 럭셔리(hard luxury)’ 분야마저도 현재의 5%에서 2020년엔 15% 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데 저항감이 있는 분야마저도 구매력 있는 젊은 층을 필두로 구매 방식에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숫자’에 능한 리치몬트 그룹이 최근 선사한 숫자는 사뭇 불리해 보인다. 지난 1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치몬트 그룹의 지난해 4분기 홀세일 수익(wholesale revenue)은 3% 하락했다. 오랜만에 ‘상승 곡선’을 탄 티파니와 비교하면 악재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매출 실적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치일 수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시계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5% 올랐다.

2016년 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가했을 때만 해도 리치몬트그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룹은 안팎으로 뒤숭숭했다. 그 와중에 그룹 CEO로 선임된 조지 컨(Kern)이 맡은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7월 갑작스레 사임했다. 경쟁사 중 하나인 브라이틀링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게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2500억원 정도를 투입해 매장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을 되사들인다는 발표까지 이어지며 물음표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광풍 같은 광폭 행보는 리치몬트 그룹을 재평가하게 했다. 말마따나 재고(在庫)분을 되사들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再考)하게 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는 “재고를 끌어안는 비용이 당장으로선 큰 지출일 수 있지만 덕분에 영업 이익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매니저급의 연령대도 대폭 낮췄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빨리 읽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럭셔리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밀레니얼(1980년대 이후 출생)이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딜로이트 컨설팅 관계자의 말을 빌어 “‘꿈을 파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가 시장과 소통하는 건 핵심”이라며 “쉽게 도달하기 어렵다는 ‘꿈’을 강조하는 것이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이면서도 소비자의 시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광풍 같은 광폭 행보는 리치몬트 그룹을 재평가하게 했다. 말마따나 재고(在庫)분을 되사들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再考)하게 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는 “재고를 끌어안는 비용이 당장으로선 큰 지출일 수 있지만 덕분에 영업 이익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매니저급의 연령대도 대폭 낮췄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빨리 읽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럭셔리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밀레니얼(1980년대 이후 출생)이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딜로이트 컨설팅 관계자의 말을 빌어 “‘꿈을 파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가 시장과 소통하는 건 핵심”이라며 “쉽게 도달하기 어렵다는 ‘꿈’을 강조하는 것이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이면서도 소비자의 시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