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킴, 용, 롼? 무척이나 잘 알죠!"
얼마 전 국내를 찾은 해외 유명 패션 업체의 마케팅 임원을 만났을 때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녀는 "럭셔리 패션계에서 킴용란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라며 운을 뗐다. 부정청탁 방지법인 '김영란법'을 말하는 거였다. "한국이 그렇게 뇌물과 부정이 가득한 나라인지 이전에는 몰랐다. 내가 들은 법 중에서 가장 괴상한(weird)한 법이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열을 내며 "어떻게 도덕적인 양심을 법으로 규제하는가"라고 소리를 높이던 그녀가 "그래도 나쁜 짓 많이 했나보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한껏 빼입었는데도 마치 파란색 수의를 입은 사람 취급 받는 느낌이 들었다. 억울하다고 항변해 봤자 더 비웃음을 살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처음 들은 것도 아니다. 프랑스 본사 담당자를 만났을 때도, 영국인, 홍콩인, 중국인 등 만나는 이들마다 "킴, 용, 롼을 잘 안다"는 게 인사처럼 나온다.
럭셔리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상당하다. 세계 몇 손가락에 꼽히는 매출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의 '쇼핑 파워'가 대단하다지만 럭셔리의 트렌드를 바꾸어 놓는 한국 소비자의 힘 역시 대단하다는 평가였다. 한류 덕도 컸다. 해외 브랜드에선 앞다퉈 한국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고 싶어했다. 한국 배우가 착용하고 등장하면 매출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해외 CEO를 만날 때마다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깊고 호기심도 많다"며 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그랬던 한국 럭셔리 업계가 최근 흔들거린다. 일부 유명 브랜드의 고위급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거나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빠르게 퍼졌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지만 누구누구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의 가해자였다는 이야기도 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는 동안 브랜드 지사장은 국내 출신에서 해외 출신으로 계속 교체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1세대 시대는 가고 젊은 2세대, 3세대 지사장들로 세대교체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일 텐데도 '하필'이라는 의혹의 시선은 증폭됐다. 소문은 마치 진실처럼 힘을 받고, 한국의 치솟던 이미지도 함께 침몰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지사장이 한국은 생각 없이 돈만 써대는 이들이라며 깔보는 통에 "못살겠다"며 불평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백화점 담당자들에겐 "도면을 내놓으라"더니 "원하는 대로 구역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원 투 스트레이트 펀치에 강한 어퍼컷까지 맞은 것 같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잘못된 행위가 이렇게 나비효과가 돼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다. 한번 올이 나간 스타킹은 되돌릴 수 없듯 하나 갈아 끼운다고 더럽혀진 이미지가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브랜드의 고객인 우리가 브랜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러니를 그 누가 만드는 것일까.
얼마 전 국내를 찾은 해외 유명 패션 업체의 마케팅 임원을 만났을 때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녀는 "럭셔리 패션계에서 킴용란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라며 운을 뗐다. 부정청탁 방지법인 '김영란법'을 말하는 거였다. "한국이 그렇게 뇌물과 부정이 가득한 나라인지 이전에는 몰랐다. 내가 들은 법 중에서 가장 괴상한(weird)한 법이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열을 내며 "어떻게 도덕적인 양심을 법으로 규제하는가"라고 소리를 높이던 그녀가 "그래도 나쁜 짓 많이 했나보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한껏 빼입었는데도 마치 파란색 수의를 입은 사람 취급 받는 느낌이 들었다. 억울하다고 항변해 봤자 더 비웃음을 살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처음 들은 것도 아니다. 프랑스 본사 담당자를 만났을 때도, 영국인, 홍콩인, 중국인 등 만나는 이들마다 "킴, 용, 롼을 잘 안다"는 게 인사처럼 나온다.
럭셔리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상당하다. 세계 몇 손가락에 꼽히는 매출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의 '쇼핑 파워'가 대단하다지만 럭셔리의 트렌드를 바꾸어 놓는 한국 소비자의 힘 역시 대단하다는 평가였다. 한류 덕도 컸다. 해외 브랜드에선 앞다퉈 한국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고 싶어했다. 한국 배우가 착용하고 등장하면 매출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해외 CEO를 만날 때마다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깊고 호기심도 많다"며 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그랬던 한국 럭셔리 업계가 최근 흔들거린다. 일부 유명 브랜드의 고위급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거나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빠르게 퍼졌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지만 누구누구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의 가해자였다는 이야기도 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는 동안 브랜드 지사장은 국내 출신에서 해외 출신으로 계속 교체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1세대 시대는 가고 젊은 2세대, 3세대 지사장들로 세대교체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일 텐데도 '하필'이라는 의혹의 시선은 증폭됐다. 소문은 마치 진실처럼 힘을 받고, 한국의 치솟던 이미지도 함께 침몰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지사장이 한국은 생각 없이 돈만 써대는 이들이라며 깔보는 통에 "못살겠다"며 불평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백화점 담당자들에겐 "도면을 내놓으라"더니 "원하는 대로 구역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원 투 스트레이트 펀치에 강한 어퍼컷까지 맞은 것 같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잘못된 행위가 이렇게 나비효과가 돼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다. 한번 올이 나간 스타킹은 되돌릴 수 없듯 하나 갈아 끼운다고 더럽혀진 이미지가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브랜드의 고객인 우리가 브랜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러니를 그 누가 만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