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브랜드의 론칭 행사에서 잘 알고 지내는 럭셔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한 지인이 최근 장만했다며 300m 방수 기능의 다이버워치를 자랑삼아 보여주더군요. 옆의 다른 지인이 "3m 다이빙도 못하는 사람에게 300m 방수 기능이 필요한가?"라며 질문을 던지자 함께한 지인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명품 시계들이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등 고도의 기능과 기술로 무장한 채 우리 앞에 등장합니다. 왜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일상에서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이런 기능과 기술 개발에 목숨 거는 걸까요?
2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오메가의 신제품 '글로브마스터' 론칭 행사에 참석한 일이 떠오릅니다. 글로브마스터는 오메가의 새로운 시계 성능 인증 시스템 '마스터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최초의 제품입니다. 시계업계에서는 이미 시계 성능에 관한 공인 시스템으로 스위스 COSC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활용하고 있는데, 오메가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여해 새로운 인증 시스템을 개발한 것입니다. 자기장 테스트 등 더욱 엄격한 8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 마스터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론칭 행사장에서 우연히 스티븐 우콰드 전 오메가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그에게 "굳이 새로운 시계 성능 인증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인상 깊었습니다. "고객은 일상에서 여러 상품을 만나는데, 우리(오메가)는 고객의 일상에 가치를 더하는 시계, 조각이나 시와 같은 예술 작품의 가치를 지닌 시계를 선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손목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고도의 기술과 기능 개발에 전력을 쏟는 이유가 설명되는 순간입니다. 예술을 넘보는 수준의 '기예(技藝)적 가치'를 제품에 담고 싶은 것이죠. The Boutique도 독자 여러분에게 일상의 품격을 높이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9일 첫 발행해 창간 1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이 더 풍요롭고 가치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