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글로벌 마켓]

"매일 아침 신문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보고 왔는데 당신을 딱 마주쳤군요!"
스와치그룹코리아의 알랭 딜러 사장이 눈을 찡긋했다. 명함을 받자마자 건넨 세련된 인사였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첫선을 보인 18일. 딜러 사장은 스와치그룹 내에 속한 자케 드로(Jaquet Droz) 매장을 비롯해 면세점에 입점한 다른 매장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최근 스와치그룹코리아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친밀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국내 사정을 파악하려 했다.
딜러 사장은 얼마 전까지 국내 스와치그룹 공급망관리(SCM) 담당을 맡은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 CFO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히는 요즘 럭셔리 업계 트렌드에 스와치그룹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숫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럭셔리 업계 철칙이라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숫자 관리에 능해야 한다는 걸 그들이 먼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른 발걸음 속에서도 느껴지는 여유있는 웃음. 이유가 있었다. 이날 발표된 스와치그룹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 3년 동안 비교해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그룹 매출의 원동력인 아시아 시장 판매가 급성장하고 미국시장 매출도 두자릿 숫자로 상승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15% 늘어난 42억7000만 스위스프랑(약 4조8400억원)에 순이익은 전년대비 무려 70% 늘어난 4억5800만 스위스프랑(약 5182억)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부패방지법 등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계주얼리 산업의 전성기는 2010년을 기점으로 끝났다는 업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브레게와 블랑팡 등 고가 브랜드의 실적 뿐만 아니라 티쏘 등 중저가 제품군까지 모두 성장했다.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도 내놓으면서 장인정신과 기술 혁신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 해외 매체들은 "판매 실적과 판매량까지 동시에 성장하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고 평했다.
스와치그룹코리아의 알랭 딜러 사장이 눈을 찡긋했다. 명함을 받자마자 건넨 세련된 인사였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첫선을 보인 18일. 딜러 사장은 스와치그룹 내에 속한 자케 드로(Jaquet Droz) 매장을 비롯해 면세점에 입점한 다른 매장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최근 스와치그룹코리아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친밀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국내 사정을 파악하려 했다.
딜러 사장은 얼마 전까지 국내 스와치그룹 공급망관리(SCM) 담당을 맡은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 CFO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히는 요즘 럭셔리 업계 트렌드에 스와치그룹도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숫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럭셔리 업계 철칙이라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숫자 관리에 능해야 한다는 걸 그들이 먼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른 발걸음 속에서도 느껴지는 여유있는 웃음. 이유가 있었다. 이날 발표된 스와치그룹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 3년 동안 비교해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그룹 매출의 원동력인 아시아 시장 판매가 급성장하고 미국시장 매출도 두자릿 숫자로 상승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15% 늘어난 42억7000만 스위스프랑(약 4조8400억원)에 순이익은 전년대비 무려 70% 늘어난 4억5800만 스위스프랑(약 5182억)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부패방지법 등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계주얼리 산업의 전성기는 2010년을 기점으로 끝났다는 업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브레게와 블랑팡 등 고가 브랜드의 실적 뿐만 아니라 티쏘 등 중저가 제품군까지 모두 성장했다.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도 내놓으면서 장인정신과 기술 혁신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 해외 매체들은 "판매 실적과 판매량까지 동시에 성장하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고 평했다.

위기에 강한 건 스와치그룹의 특징이다. 현재 19개 브랜드를 소유하는 스와치그룹이 탄생한 배경도 스위스 시계 산업이 1970~1980년대 일본 저가 쿼츠 시계 위력에 밀려 휘청할 즈음이다. 니컬러스 하이예크 창업주는 1983년 저가 시장을 공략한 스와치를 내놓으면서 중저가에서 초고가 상표까지 포트폴리오에 채워넣는 전략을 택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와치 그룹 브랜드와 함께 하라는 것이다. 양적으로 그룹 규모를 키운 스와치(Swatch) 브랜드는 '두 번째 시계'(second watch)라는 뜻. 스와치그룹 내 다른 시계를 사고 언제든 패션에 맞춰 부담없이 바꿔 차라는 것이다. 스와치그룹 내 고가 라인을 이끄는 오메가의 홍보대사 신디 크로퍼드는 "내 인생 첫 시계도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 스와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예크 창업주는 이미지가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피력했다. 단지 현란하고 사치스러운 제품이 아니라 자수성가하고, 무언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해낸 이들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 비싸다는 이미지에 발목 잡혔던 오메가의 제품모델을 1980년대 당시 2000개에서 130개로 줄였고, 금도금 제품도 없앴다. 니컬러스 하이예크가 강조했듯 "소비자는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산다"는 점을 꿰뚫은 것이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포기하라고 했을 때 과감히 투자한 하이예크 창업주의 선택이 오늘날의 스위스 시계 산업을 이끌고 있다. 유서 깊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를 일본이나 다른 경쟁사에 팔아버리라고 아우성했던 투자자들의 입을 다물게 한 건 두려움 없는 투자 덕이다. 역사를 살리고 스위스도 살아났다. "스와치는 영원한 도전이고, 혁신이며, 즐거움(Swatch is provocation, innovation, fun. Forver)"이라는 창업주의 구호는 그가 고인이 된 지금 더욱 빛나고 있다.
하이예크 창업주는 이미지가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피력했다. 단지 현란하고 사치스러운 제품이 아니라 자수성가하고, 무언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해낸 이들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 비싸다는 이미지에 발목 잡혔던 오메가의 제품모델을 1980년대 당시 2000개에서 130개로 줄였고, 금도금 제품도 없앴다. 니컬러스 하이예크가 강조했듯 "소비자는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산다"는 점을 꿰뚫은 것이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포기하라고 했을 때 과감히 투자한 하이예크 창업주의 선택이 오늘날의 스위스 시계 산업을 이끌고 있다. 유서 깊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를 일본이나 다른 경쟁사에 팔아버리라고 아우성했던 투자자들의 입을 다물게 한 건 두려움 없는 투자 덕이다. 역사를 살리고 스위스도 살아났다. "스와치는 영원한 도전이고, 혁신이며, 즐거움(Swatch is provocation, innovation, fun. Forver)"이라는 창업주의 구호는 그가 고인이 된 지금 더욱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