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작은 마을이 들어선 이곳… 시계도 사람도 삶도, 모두 예술
입력 2018.06.14 15:37

블랑팡 Blancpain

지난 5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 그랜드볼룸에 스위스 작은 마을이 들어섰다. 벽을 따라 펼져진 갈색 흙밭 위 긴 풀숲은 싱그러움을 자아내며 사람들을 안내했다. 신비로움에 이끌리듯 들어간 그곳엔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인 블랑팡(Blancpain)의 르 브라쉬(Le Brassus) 매뉴팩처를 그대로 옮겨온 풍경이 재현됐다. 농장 주택을 세심하게 복원해 '더 팜(The Farm)'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곳에서는 블랑팡의 컴플리케이션 워치들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스위스의 고즈넉한 풍광을 통째로 옮겨온 것이다. 컴플리케이션 워치들과 작업 과정이 마치 사진전을 보듯 대형 액자에 걸려 있었고, 한쪽 끝에는 수석 워치메이커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스위스 장인의 숨결이라니! 초고급 시계의 생명의 불어넣는 것은 바로 사람. 200여년 전 그랬던 것처럼 장인들의 숙련된 노하우로 완성되는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스위스 르 브라쉬에 있는 블랑팡 매뉴팩처 모습.
스위스 르 브라쉬에 있는 블랑팡 매뉴팩처 모습./블랑팡 제공
◇삶은 곧 예술이다

시계도, 사람도, 아름다운 장식 모두 눈길을 끌었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태도'였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에 대한 블랑팡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이른바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다. '삶의 예술'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단순히 시계의 복잡함을 자랑하고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좀 더 건강하게 삶을 즐기자는 향유의 참맛을 선사한 것이다.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블랑팡 기술의 진수라면 아르 드 비브르는 더 나은 삶을 향한 블랑팡의 진지한 성찰이다.

인간의 고뇌가 담긴 숭고한 일은 장인 정신으로 승화된다. 블랑팡이 예술성에 주목한 건 21세기 미학과 과학의 만남이라 불리는 '미식(美食)'의 세계였다. 블랑팡은 미식과 워치메이킹의 과정을 비교하는 영상을 통해 공통점을 뽑아냈다. 섬세한 수공예 같은 작업에서부터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복잡성…. 둘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이었다. 시계를 차고, 음식을 먹고 그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껏 누리는 것도 정신적 즐거움을 줄 수 있겠지만 실체적인 결과물 뒤에 숨은 과정 하나하나를 이해해 간다는 건 그 이상을 의미했다. 블랑팡을 소유하는 이들은 삶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한다는 걸 말해주는 표식이 된다는 얘기다. 그저 뻔한 '돈자랑'이 아니라 장인 정신을 존중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대해 관조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블랑팡은 그동안 미식의 세계와 워치메이킹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 가치에 주목해 세계적 스타 쉐프인 미쉘 로스탕, 조엘 로부숑, 프레디 지라데 등 세계적인 스타 쉐프들과 오랜 기간 협업했다. 장인정신, 섬세한 작업 방식,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진정성 등 파인 다이닝과 파인 워치메이킹은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마련된 공간에서는 미슐랭 3스타 쉐프인 야닉 알레노(Yannick Alléno)의 최신 파리지앵 카나페 메뉴들도 쉐프들의 '라이브 쿠킹 퍼포먼스'를 통해 맛볼 수 있었다. 블랑팡이 제작한 영상 'Passion for Excellence(패션 포 엑설런스· 탁월함을 향한 열정)에서 착안한 것이다.

블랑팡
1,2 1735년 창업자가 자기 집에서 시작한 공방과 이후 공방 장인들 모습. 3,4,5 지난 5일 서울 시그니엘에서 펼쳐진 블랑팡 아르 드 비브르 행사. 깔끔하지만 복잡한 기능이 담겨있는 2018 바젤월드 신제품./블랑팡 제공
◇전통과 혁신의 DNA

1735년 스위스 유라 산맥의 작은 마을 빌레레(Villeret)에서 예한-자크 블랑팡(Jehan-Jacques Blancpain)이 선보인 블랑팡. 블랑팡의 역사는 곧 시계의 역사다. 전통을 혁신하는 대작의 탄생은 마치 요즘의 대형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과정을 연상케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세계적 IT 기업의 창업가들이 초기엔 집안 차고에서, 지하 작은 침실에서 시작해 혁신을 혁신하며 공룡 기업을 만들어간 것처럼 블랑팡의 역사도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신화 창조와 비슷하다.

예한-자끄 블랑팡은 가족 농장의 주택 1층에 그의 작업실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1932년 7대손인 프레데릭-에밀 블랑팡이 타계하기까지 200여 년간 블랑팡의 전통은 자손 대대로 이어져갔다. 워치메이킹 왕조는 이후 1982까지 50여년간 블랑팡의 정신은 성실한 워치메이커들이 계승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브먼트를 탑재한 여성시계인 '레이디버드'나 세계 최초의 모던 다이버 시계인 '피프티 패덤' 등 같은 혁신 제품을 소개하면서 시계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갔다.

블랑팡의 혁신 정신은 1991년 소개된 1735 모델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오토매틱 와인딩 손목시계다. 값싼 쿼츠 시계가 활개를 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블랑팡은 문페이즈부터 시작하여 크로노그래프, 스플릿 크로노그래프, 뚜르비옹, 미닛 리피터 그리고 퍼페츄얼 캘린더까지 여섯 가지의 마스터피스들을 선보이며 기계식 시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 이를 단 하나의 시계에 표현하는 걸 연구했다. 워치 메이커 3명이 6년간 걸쳐 이룩한 도전은 수작업으로 완성된 740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일부 지름은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늘다. 부품은 두 번 조립 됐는데 기능적 아무 이상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립한 후 다시 완벽하게 분해하고, 각 부품을 섬세하게 다듬고 장식한 후 철저한 테스트 과정을 거친 후에 재조립했다. 전 세계 오직 30피스만 남아있어 예술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받는다.

빌레레컴플리트 캘린더 GMT(왼쪽). 빌레레 플라잉 투르 비용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미닛.
빌레레컴플리트 캘린더 GMT(왼쪽). 빌레레 플라잉 투르 비용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미닛.
블랑팡의 혁신은 또 있다. '카루셀' 무브먼트다.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뚜르비용과 동일한 매커니즘인 무브먼트로 블랑팡이 특허를 냈다. 하나의 캐리지 안의 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메커니즘이 회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브먼트 그 자체가 중력에 의한 오차를 최소화하여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블랑팡의 마크 하이에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그들이 가진 전통에 얽매일 때, 다른 누군가는 전통에 근거한 혁신을 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블랑팡은 전통적 워치메이킹 기술에 대한 존경에서 기인한 '지속적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정확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라는 역사적 배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해온 블랑팡의 정수를 집약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