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얼마 전 시내 백화점을 찾았다. 구찌 매장에 들어가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띈다. 폭탄 세일이라도 하나 싶었다. 세일은 커녕 여느 때처럼 매대에 오른 제품들은 가격만큼이나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긴 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다른 매장은 뜻밖에 한산했다. 하루 밤사이 브랜드 위치가 바뀔 리는 없다. 며칠 뒤 또 다른 백화점을 찾았다. 차를 돌려 찾은 다른 백화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몇 년 전이었다면 구찌라는 글자 대신 루이비통이 들어가야 앞과 같은 문장이 완성됐을 것이다. '어쩌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필 구찌 매장에 사람이 몰릴 때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숫자는 정직하다. 길게 늘어선 줄 만큼이나 구찌의 매출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구찌의 올 1분기 매출은 18억7000유로(약 2조3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7% 상승한 수치다. 구찌 덕분에 구찌의 모 기업인 케어링 그룹의 2018년도 1분기 31억1000유로로 36.5% 성장했다. 케어링그룹 매출은 북미지역에서 54.3% 성장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42.2% 상승했다. 이 성장세대로라면 올해 역대 최고 신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구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5% 늘어난 62억 유로(약 8조1750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 유로로 전년 대비 69.1%나 증가했다. 케어링 그룹 전체로 보면 전년보다 27.4% 증가한 154억8000만 유로(약 20조 4200억원)로 2000년대 들어 최고 성장세다.
케어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 겸 CEO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이라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더 커야 한다는 야망이 숨은 듯했다. 시장의 예측보다 성장 폭이 두배 이상 커지다 보니 인기가 과열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한 반응이었다. 피노 회장은 "구찌의 잠재력은 루이비통이 누렸던 잠재력 못지않다. 우리라고 안된다는 법 있는가"라고 받아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두고 '럭셔리 왕좌에 대한 전격 선전포고'라고 분석했다.
루이비통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최근 1020세대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뉴욕 출신 디자이너이자 흑인인 버질 아블로를 남성 라인 디자인 수장에 앉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당장 지갑을 열게하고 다양성 이슈 모두를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줄곧 왕위를 지켜온 루이비통은 지난해 추정 매출 93억 유로로 구찌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하지만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게 패션계의 전언이다. 이미 구찌의 케어링 그룹 주가는 25일 현재 465.40 유로로 LVMH의 282.40 유로를 훨씬 웃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유로 안팎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했었다. 구찌의 최근 전략을 보면 장기전을 노리는 듯하다. 구찌 연구소, 구찌 아트랩 등을 선보이며 패션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케어링 그룹은 구찌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매출이 85%나 차지한 생 로랑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히는 발렌시아가 등을 소유하고 있어 미래의 소비자를 이미 대거 확보했다는 평가다.
몇 년 전이었다면 구찌라는 글자 대신 루이비통이 들어가야 앞과 같은 문장이 완성됐을 것이다. '어쩌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필 구찌 매장에 사람이 몰릴 때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숫자는 정직하다. 길게 늘어선 줄 만큼이나 구찌의 매출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구찌의 올 1분기 매출은 18억7000유로(약 2조3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7% 상승한 수치다. 구찌 덕분에 구찌의 모 기업인 케어링 그룹의 2018년도 1분기 31억1000유로로 36.5% 성장했다. 케어링그룹 매출은 북미지역에서 54.3% 성장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42.2% 상승했다. 이 성장세대로라면 올해 역대 최고 신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구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5% 늘어난 62억 유로(약 8조1750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 유로로 전년 대비 69.1%나 증가했다. 케어링 그룹 전체로 보면 전년보다 27.4% 증가한 154억8000만 유로(약 20조 4200억원)로 2000년대 들어 최고 성장세다.
케어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 겸 CEO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이라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더 커야 한다는 야망이 숨은 듯했다. 시장의 예측보다 성장 폭이 두배 이상 커지다 보니 인기가 과열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한 반응이었다. 피노 회장은 "구찌의 잠재력은 루이비통이 누렸던 잠재력 못지않다. 우리라고 안된다는 법 있는가"라고 받아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두고 '럭셔리 왕좌에 대한 전격 선전포고'라고 분석했다.
루이비통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최근 1020세대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뉴욕 출신 디자이너이자 흑인인 버질 아블로를 남성 라인 디자인 수장에 앉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당장 지갑을 열게하고 다양성 이슈 모두를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줄곧 왕위를 지켜온 루이비통은 지난해 추정 매출 93억 유로로 구찌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하지만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게 패션계의 전언이다. 이미 구찌의 케어링 그룹 주가는 25일 현재 465.40 유로로 LVMH의 282.40 유로를 훨씬 웃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유로 안팎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했었다. 구찌의 최근 전략을 보면 장기전을 노리는 듯하다. 구찌 연구소, 구찌 아트랩 등을 선보이며 패션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케어링 그룹은 구찌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매출이 85%나 차지한 생 로랑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꼽히는 발렌시아가 등을 소유하고 있어 미래의 소비자를 이미 대거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 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구찌가 루이비통 매출의 70%가 될까 말까 한 수준이었는데 최근 들어서 거의 따라잡는 수준"이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순위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길거리 어디서나 보인다는 '3초 백'이라는 오명에도 굳건히 지켰던 루이비통 신화도 점차 무너지는 듯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소비자 사이트에 오른 '몽테뉴 참사'가 그런 예다. 2014년과 2015년 일부 공장에서 생산된 몽테뉴 라인 제품에서 유약 문제가 발생하면서 가죽 단면이 녹아내리거나 눌린 것이다. 또 루마니아에서 제작하고 이탈리아에서 조립해 '메이드 인 이태리'로 판다는 등의 고발 뉴스가 나오자 "예전 제품과 품질 차이가 확연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방 전문 소비자 사이트인 '퍼스 포럼(purse forum)'에선 바느질 문제, 내부 뜯김 등 고가 제품답지 않은 품질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토론 주제로 자주 오르내린다. 소셜네트워크 질의응답서비스인 쿼라(quora)에 오른 '프랑스 사람들은 루이비통 가방을 어떻게 보는가. 한물갔다(old fashioned)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응답엔 '허영 있는(m'as tu vu)' '중국 신흥 부유층(nouvaux riches) 관광객들이 주로 사들이는' '천박한(vulgar)' 같은 단어가 여럿 눈에 띄었다. 패셔너블함과 장인정신을 균형 있게 저울질했던 과거의 영광은 어디 갔는지, 프랑스인들이 유독 자국 브랜드 칭찬에 인색한 것일까. 최근 매장 분위기를 보니 한가지 문제는 풀 수 있을 것 같다. 심심치 않게 들리던 불친절한 고객 대응 면이다. 매장 앞을 지키던 직원들이 동선을 따라다니며 필요한 건 없느냐고 한껏 미소를 띠었다. 새삼스레 느끼는 친절이 단지 그날따라 상대적으로 매장에 고객이 적었기 때문만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방 전문 소비자 사이트인 '퍼스 포럼(purse forum)'에선 바느질 문제, 내부 뜯김 등 고가 제품답지 않은 품질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토론 주제로 자주 오르내린다. 소셜네트워크 질의응답서비스인 쿼라(quora)에 오른 '프랑스 사람들은 루이비통 가방을 어떻게 보는가. 한물갔다(old fashioned)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응답엔 '허영 있는(m'as tu vu)' '중국 신흥 부유층(nouvaux riches) 관광객들이 주로 사들이는' '천박한(vulgar)' 같은 단어가 여럿 눈에 띄었다. 패셔너블함과 장인정신을 균형 있게 저울질했던 과거의 영광은 어디 갔는지, 프랑스인들이 유독 자국 브랜드 칭찬에 인색한 것일까. 최근 매장 분위기를 보니 한가지 문제는 풀 수 있을 것 같다. 심심치 않게 들리던 불친절한 고객 대응 면이다. 매장 앞을 지키던 직원들이 동선을 따라다니며 필요한 건 없느냐고 한껏 미소를 띠었다. 새삼스레 느끼는 친절이 단지 그날따라 상대적으로 매장에 고객이 적었기 때문만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