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단어 '아틀리에(atelier)'에는 '장인의 공방'이란 뜻과 '예술가의 작업실'이란 뜻이 포함된다. 지금의 럭셔리 브랜드가 탄생하기 오래전, 귀족들의 럭셔리 아이템을 만들던 장인(artisan)과 예술작품을 창작하던 예술가(artist)의 경계는 모호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이자 장인은 후원자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후원자의 요구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다. 미 일리노이대학교의 래리 샤이너 철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순수예술의 발명'에서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순수예술이 독자적 영역으로 분리되었고 예술가와 장인이 구분되었다고 한다. 현대의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자신의 제품에 '예술적'이란 수식어를 붙이거나 예술가를 기리는 아이템을 제작하는 일은 제품에 예술품의 품격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럭셔리 업계의 근원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것이다. 몇몇 럭셔리 브랜드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여러 아이템과 유산을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고,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는 아예 별도의 예술 재단을 설립해 예술가의 창작과 전시 활동을 지원한다. 올여름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활동으로 더욱 풍요롭다. 여러 럭셔리 브랜드가 마련한 다양한 전시회와 예술가를 기리며 선보인 아이템을 소개한다.
◇예술 그 자체를 위한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
1984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활동인 메세나의 혁신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미술 전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지난 33년간 350여 명의 작가를 아우르는 전시회를 통해 1500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의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에 자리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전이 열린다. 2008년 예술가들의 창작 지원을 위해 설립된 '에르메스 재단'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5월 20일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재개관을 기념해 7월 23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서는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6명의 젊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타이틀 속 '친구들'이란 표현은 지난 10년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렸던 전시회 참여 작가들을 뜻한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친구들'과 이들의 작품을 기리는 의미를 회화, 사진, 설치 미술 등으로 선보이고 있다. 무료 관람.

오랜 세월 쌓아온 럭셔리 브랜드의 유산 자체가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샤넬은 6월 23일~7월 19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29길 '디뮤지엄'에서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오트 쿠튀르 디자인과 창업주인 가브리엘 샤넬이 1932년 유일하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의 리에디션, 샤넬의 상징적인 향수 '샤넬 N˚5'와 연관한 자료 등을 선보여 샤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르사주(샤넬의 자수 공방)' '르마리에(샤넬의 꽃과 깃털 장식 공방)' '하이 주얼리' 'N°5' 등의 워크숍도 열려 샤넬의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좀 더 깊게 만날 수 있다. 무료 관람.
루이 비통은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 비통'전을 연다. 패션 전시의 대가로 알려진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가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초기 앤티크 트렁크 등 교통수단의 변천사와 함께 성장한 루이 비통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1000여 점의 아이템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무료 관람.
◇예술가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아이템
